“설마 무너지겠어?”
7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첫 선고 공판이 열린 광주지법 302호 법정. 재판장인 광주지법 형사 11부 박현수 부장판사는 선고를 하면서 “안전의 가치를 소홀히 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부장판사는 “서울 잠원동 붕괴사건이 발생한지 2년도 채 되지않았는데, 이보다 더 심한 학동참사가 일어났다”며 반복되는 안전불감증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박 부장판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소보다 더 중요한 사람의 목숨을 잃고도 달라진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연 무엇을 더 잃어야 외양간을 고칠까 재판을 하면서 마음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재판부는 건물 붕괴 원인으로 건물 해체 방법을 지키지 않은 점과 성토체 건물 전체와 하부에 대한 안전성 검토 의무를 저버린 점 등을 꼽았다. 시내버스 승강장을 사전에 옮기지 않은 것도 이번 붕괴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현대산업개발 학동 재개발 4구역 현장소장 서모(58)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벌금 500만원을, 현산 학동 4구역 공무부장 노모(58)씨·안전부장 김모(57)씨에게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9)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재하청업체 백솔 대표 조모(48)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감리 차모(60·여)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50)씨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현산·한솔·백솔 법인에는 각 벌금 2000만~3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공사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지난해 6월 9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의 책임 소홀로 건물 내부 바닥 절반이 철거된 뒤 12m가량 쌓은 흙더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1층 바닥 판이 파괴됐고, 토사가 지하층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며 건물이 도로 쪽으로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조항을 들어 현대산업개발 측에는 해체 작업 시 사전 조사, 작업계획서 작성·준수, 붕괴 위험 시 안전 진단 의무만 있다고 봤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도급인)로서 해체 공사의 중간에서 관리·감독 역할을 하는 구체적인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 판사는 또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하나씩 언급했다. 아들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러 갔던 노모, 동아리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던 16살 학생 등을 하나하나 회상한 박 부장판사는 “관련 법에서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놨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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