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임기 반도 못 채우고 사퇴
“당내 혼란 수습 못해 책임 통감”
李, 임명 안건 의결 되자마자 신청
鄭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 유감”
국민의힘이 8일 당 전국위원회를 열고 정진석 국회부의장을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절친’으로서 누구보다 당정 협력을 잘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반복된 실수로 되레 국정운영에 부담을 줬다는 평가 속에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우고 물러났다. 새 원내사령탑에 누가 오를지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새 정부 출범 이래 ‘리더십 붕괴’ 상황을 이어온 당이 구심점을 회복하기 위해 새 비대위와 신임 원내대표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시점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공세’는 향후 비대위의 순항을 막는 ‘암초’로 작용할 수 있어 당은 불안한 연휴를 보내게 됐다.
당은 이날 전국위를 열고 ARS 투표를 거쳐 정 부의장을 새 비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정 부의장의 비대위원장 임명 건 처리를 위해 전국위원 재적 731명 중 519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찬성 468명, 반대 51명이었다. 이로써 지난달 26일 법원의 가처분으로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이 직무 정지된 지 13일 만에 ‘정진석 비대위’가 출범하게 됐다.
신임 정 비대위원장의 당면 과제는 비대위원 인선이다. 정 위원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고민을 하고 인선해서 연휴 끝난 직후에 발표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밖에서 혁신위가 운영되고 있다”며 “아직 말씀을 안 드렸는데, 최재형 의원에게도 꼭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비대위 도입에 줄곧 반대했기 때문에 정 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새로 출범하는 당 비대위와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정지 및 직무정지 가처분을 서울남부지법에 신청했다. 국민의힘 전국위에서 정 위원장 임명 안건이 의결된 뒤 곧바로 관련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당 지도부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재판부는 추석 연휴 이후인 이달 14일을 심문기일로 지정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나는 돈에 관심 없어요’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 그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이라는 자막이 달린 사진을 공유했다. 정 위원장을 겨냥한 공격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역풍을 맞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 내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 4월 선출된 이후 5개월 만이다. 그는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당내 갈등과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고, 지도부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후임으로 누가 될지가 관심사다. 4선의 김학용·윤상현 의원과 3선의 김태호·박대출·윤재옥 의원 등이 거론된다. 만약 이 전 대표의 추가 가처분이 연휴 직후 인용돼 새 비대위가 좌초될 경우, 신임 원내대표는 당대표급 위상을 갖게 된다.
한편 정 위원장이 국회부의장을 겸직하는 것을 두고 야권은 질타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대변인은 “중립적 위치에서 여야 의견을 절충해 원만한 의사 진행을 하셔야 할 분이 당을 대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