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긴축 종료 시점’은 내년 1분기로 이동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전세계 금융시장에 ‘검은 수요일’이 연출됐다. 물가 상승률 둔화폭이 시장 예상치보다 크지 않아서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더 ‘고삐’를 강하게 죌 것이라는 예상으로 움츠러들었고 주초 상승분이 고스란히 반납됐다. 앞으로가 문제다. 물가 정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전세계 금융시장은 물가 정점을 예상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연준이 물가 정점을 확인하면 금리 인상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상승 재료였다.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은 4일 연속 상승했고, 한국 코스피도 3일 연속 올랐다. 낙관론은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치로 나오면서 뒤집혀졌다. 물가 정점이 수치로 확인되지 않으면서 불안감이 폭발한 것이다.
KB증권은 14일 보고서에서 연준과 한국은행의 연말 금리 전망치를 각각 4%와 3%로 기존 예측보다 상향 제시했다. 올해까지는 ‘긴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이날 미주·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주요국 주식시장도 1% 이상 하락한 건 살짝 가라앉았던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봐야한다. 대표적 위험자산으로 평가받는 가상화폐의 경우 비트코인이 오후 3시40분 현재 전일 대비 9.42% 떨어진 2828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본이 이동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다시 110선에 근접했다. 엔·달러 환율도 치솟아 24년만에 1달러=144엔을 넘어 장중 145엔에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일본 엔화의 기록적인 약세가 이어지자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이날 직접 엔화를 사들일 수도 있다며 강한 구두 개입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즈키 재무상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환율) 움직임이 급속하고 일방적이어서 매우 우려된다”며 “그런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어떤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불안한 금융시장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가 정점이 확인되지 않는게 크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오펙+) 감산결정 등을 언급하며 “국제 유가 하락 속도가 더뎌질 경우 10월 중순 발표되는 미국 9월 CPI는 8월과 비슷하거나 높아질 가능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진정되지 않으면 연준은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시장의 초점이 연준의 통화정책에만 쏠려 있지만 연말로 갈수록 내년도 경제 전망이나 경기 침체 등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2370∼2380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만, 긴축과 경기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FOMC 이후에도 추세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코스피는 210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돌파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1400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돌파된다면 추가 오버슈팅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 부산 이전 추진 입장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부산 이전에 대해 ‘이미 국정과제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직원을 설득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취임 100일인 14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의 부산 이전이 국정과제로 선정된 뒤에 회장에 취임했다”며 “이 문제를 어떻게 잘 수행하는가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을 통해 한국경제 고도성장기의 첨병이 됐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이 수도권과 두 축으로 4차산업혁명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찌감치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경제참모로 꼽혔던 강 회장은 부산 이전 문제가 대선 공약으로 시작돼 정부가 결정을 내린 사안인 만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재 유출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은 산은의 경쟁력 전반을 잠식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전이 본격화하면 유출 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라며 “서울 직원 배분이나 직원의 주거·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강 회장은 산은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로 부산 이전 이행과 더불어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를 꼽았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해 “근본적으로는 산은이 대주주인 시스템의 효용성이 다하지 않았다 생각한다”며 “산은 산하에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포함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조속한 매각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한국경제 재도약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1%포인트를 책임지는 산은이 되고자 한다”며 “초격차 첨단전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은이 가진 IB(투자은행) 역량을 총동원하고 다양한 금융 프로그램을 복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직원들은 기자간담회 시간에 맞춰 본점에서 대대적인 반대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부산 이전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과 정책금융으로서의 역할 약화 등을 내세우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네이버·쿠팡에서도 면세품 구매 가능하고, 입국장에도 인도장 설치
앞으로 네이버·쿠팡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입국장에도 인도장이 설치돼 출국 때 샀던 면세품을 여행 기간 내내 들고 다녀야 했던 불편함을 덜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특허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악화된 면세업계 지원 방안도 마련됐다.
관세청은 14일 서울 중구 신세계면세점에서 면세업계 등과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면세점 업계가 코로나19 영향, 환율 상승, 국제경쟁 심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면세한도 상향 등 긍정적인 정책 변화와 맞물려 면세산업 활성화의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오는 12월부터 네이버 등 주요 포털이나 가상공간(메타버스) 등 모든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면세품 판매가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시내면세점이 직접·단독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면세품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했다. 관세청은 “국내 온라인 쇼핑이 오픈마켓 중심으로 성장해 개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판매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도 단계적으로 도입이 추진된다. 출국 때 산 면세품을 입국 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해외여행 기간 동안 가지고 다녀야 해 분실·파손 부담이 있었다. 또 면세품 휴대에 부담을 느낀 여행객이 해외면세점을 이용하는 원인이 됐다. 관세청은 내년 상반기 중 부산항부터 입국장 인도장을 시범 설치하고, 인천·김포 등 주요 공항으로 확대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출입국장 면세점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된다. 그간 시내면세점 18곳에서만 온라인 판매가 허용됐는데 입국장별 차별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해외 여행객은 출입국장 면세점에서도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 결제 후 해당 면세점에서 물품을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했던 면세 주류도 내년부터는 시내면세점 온라인매장에서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올해 12월부터 여권 없이도 스마트폰 인증만으로 시내면세점에서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 신고앱을 통해 면세범위 초과물품 예상세액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내년 상반기 중 시행된다.
면세업계 지원 대책도 마련됐다. 우선 면세업계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올해 매출분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해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납기연장 및 분할납부 등 납부 지원책도 연장 시행된다.
그간 과도하게 증가했던 송객수수료도 정상화된다.
송객수수료란 상품 판매 기여도가 높은 다이궁(보따리상)과 같은 대량구매고객에게 면세점이 매출액의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급증했다. 업계 안팎에선 면세점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송객수수료를 주면서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관세청은 과도한 수수료 지급 행위를 질서문란 행위로 규정해 면세점 특허(갱신) 심사 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이 밖에 신규특허를 받은 면세점이 특허일 전에도 시설구비만 완료되면 영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면세품 반입을 허용하고, 재고가 당장 없더라도 판매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규제 혁신도 병행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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