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쌍방울 전환사채, 이재명 변호사비로 대납 가능성”

檢, 불기소 결정문에 구체적 적시
李 뇌물수수 혐의 조사 속도낼 듯
장남은 불법 도박 혐의 등 조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사건을 들여다본 검찰이 불기소 결정문에 ‘대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6개월의 짧은 공소시효(9월9일) 탓에 이 대표 발언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지만, 변호사비 대납과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선 이 대표를 소환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지난 8일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을 무혐의 처리한 불기소 결정서에 “이 대표의 변호사비가 쌍방울 등으로부터 대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급했다고 주장하는 변호사비가 “통상의 보수와 비교해 이례적으로 소액”이라며 “현재까지 드러난 금액 이외에 지급 금액이 더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사정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그러면서 쌍방울그룹이 발행한 전환사채와 관계회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전환사채 등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로 대납됐는지 압수수색 및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환사채의 편법 발행과 유통 등 횡령·배임, 자금 세탁 의심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또 “이들 변호사가 이 대표가 도지사로 있던 경기도청 자문 변호사(산하기관 포함)와 쌍방울그룹 계열사 등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자문료, 사외이사 급여 등을 수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위 자문료 등이 변호사비 명목으로 지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검찰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6개월로 단기인 점, 쌍방울의 실사주인 전임 회장이 해외 도피 중인 점, 당시 경기도청 비서실 직원이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점 등을 들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변호인들에게 쌍방울그룹의 전환사채 등으로 거액의 수임료가 대납됐다는 내용이다. 지난해 10월 시민단체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했지만, 쌍방울을 둘러싼 ‘수상한’ 자금 흐름과 이 대표 측의 연관성 여부 등 본류 수사는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이날 경찰은 이 대표를 둘러싼 고발사건 가운데 지역화폐 운용사 코나아이와 관련한 특혜 의혹(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과 2020년 11월 경기도의 남양주시 특별조사로 불거진 두 지자체 간 맞고발 사건(직권남용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혐의가 없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현지 보좌관 등 이 대표 측근들의 대장동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주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정상적 공모 절차를 밟았다며 내사 종결 처리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이 대표와 관련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의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했다. ‘백현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비선 캠프 의혹’, ‘장남 동호씨 불법도박 의혹’, ‘무료 변론 의혹’, ‘대장동 개발·로비 의혹(성남시의회 상대 로비 의혹)’ 등 남은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법도박과 성매매 혐의를 받아온 이 대표의 장남 동훈씨는 지난 14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장시간 조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오상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