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로 청약 시장마저 분위기가 꺾였다. 지난해와 달리 청약경쟁률이 낮아진 데다 당첨돼도 계약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서다. 실제 예비입주자 계약까지 끝낸 서울 일부 단지 계약률이 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해당 단지 미계약 물량은 무순위 청약 대기 중이다.
일각에서는 가파른 금리인상 등으로 청약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시장 약세에 금리마저 지속 상승해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뉴스1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오는 4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의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무순위 공급 가구수는 △전용면적 67㎡ 9가구 △전용 84㎡A 90가구 △전용 84㎡B 30가구 등 총 129가구다. 이는 일반분양 물량의 92% 수준이다.
앞서 지난 8월 29일부터 9월 1일까지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의 일반분양(일반공급 134가구·특별공급 6가구)이 진행됐다. 당시 일반공급 평균 청약경쟁률은 1.6대 1 수준을, 특별공급 평균 청약경쟁률은 10대 1 수준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분양 당시 전용 84㎡의 공급가가 11억원 수준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전용 84㎡A가 2순위에서 마감되면서 미계약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무순위청약 입주자모집공고를 살펴보면 해당 물량은 일반분양 140가구의 정당계약 및 예비입주자 계약 이후 잔여물량 129가구로 설명돼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부동산 매매시장이 침체된 것처럼 청약시장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좋은 입지는 분양에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가점도 낮아지고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급된 일부 단지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신독산 솔리힐 뉴포레’의 경우 오는 5일 세 번째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이 단지는 지난 6월 총 35가구(특별공급 18가구·일반공급 17가구)의 청약이 진행됐다. 특별공급에는 사람이 몰렸고 일반공급은 2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내 마감됐다. 그러나 분양 물량 중 한 집만 계약자를 찾았고 나머지는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부동산시장의 매수세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79.5)보다 1포인트(p) 하락한 78.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9년 6월 17일(77.5)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동안 서울이면 (청약이) 다 잘 될 거라는 생각에 공급했는데 부동산시장 매수세가 꺾인 지금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첨돼도 본인들 사정을 고려해 고객들이 먼저 손절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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