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 “공공의료 포기”
‘만성 적자’와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성남시의료원이 설립 2년 만에 민간 위탁 등 정상화 방안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경기 성남시는 파행 운영을 겪는 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는데, 지역 시민단체 등이 공공의료원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성남시 등에 따르면 성남시의료원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민 조례 발의로 2020년 7월 개원했다.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사 부지 2만4700여㎡에 1690여억원을 들여 500병상 규모로 지었다. 원도심인 수정·중원구 일대 주민 50만명이 종합병원 한 곳 없는 열악한 상황에 방치된 가운데 2006년 시립의료원 설립·운영 조례안이 채택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의사 20여명이 병원을 떠났고 의사 수도 70명대로 줄었다. 진료과 23개 가운데 신경외과와 성형외과, 안과의 3개 과는 아예 문을 닫았다. 응급의학과도 지난해보다 근무 인원이 절반가량 줄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의료원의 부실 운영을 놓고 시와 병원 측은 각기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병원 노조는 개원 직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일반 의료체계를 갖추지 못한 게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의 등이 없어 전문의에게 과중한 업무가 쏠리면서 의료진이 근무를 기피하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킨 이유라고 했다. 지난 4~5월 두 차례의 의사직 채용 공고(5명)에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최근에는 경영진과 의료진이 갈등을 빚으며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런 가운데 매년 200억∼400억원가량의 적자는 성남시가 자체 예산으로 메우고 있다. 시의회 국민의힘은 올해 224억원, 2023년 482억원, 2024년 377억원, 2025년 214억원, 2026년 211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지난 7월 취임한 신상진 성남시장은 대학병원(민간법인) 위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의사협회장 출신인 그는 성남 원도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시절부터 전국의 시의료원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취임 직후에는 서울시립보라매병원의 서울대 위탁 사례를 들어 위탁 운영이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서민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실력 있는 의료진을 갖추면서도 서울대 본원보다 입원료나 진료비가 저렴해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시장의 제안 이후 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법인 위탁을 의무화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7일 시의회 정례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반면 민간 위탁을 두고 시의료원의 3개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진료 정상화를 위한 시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0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달 4일에는 전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외부 기관에 시의료원의 운영을 맡겨도 관리·감독은 시가 그대로 하게 된다”며 “의료원을 민간에 팔아 넘긴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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