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방자치단체가 최근 2년 간 공사와 물품 제조·구매 용역 등을 위해 체결한 계약 2건 중 1건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자체는 이 기간 특정 업체 1곳과 총 400건이 넘게 계약하는가 하면 지방계약법에서 금지하는 분할 계약한 사례도 드러났다. 수의계약에 대한 공정성과 효율·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특정 업체에 편중되지 않도록 계약 횟수와 금액 제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가 11일 발표한 ‘전북 14개 시군 1인 견적 수의계약 체결 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 1인 견적을 통해 체결한 수의계약은 총 4만1824건으로 전체 계약 건수(8만2274건)의 54.2%를 차지했다. 이는 지방재정365에서 공시한 2020년 1000만원 이상 수의계약 전국 평균 31.1%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자체별로는 군 단위가 시 지역보다 높은 편이었다. 진안군은 83.0%로 가장 높았고 완주군 71.2%, 무주군 68.6%, 임실군 66.2%, 부안군 63.9% 등 순이다. 반면 익산시는 39.7%, 전주시 37.7%, 남원시 27.6% 등이며 군산시는 23.2%로 가장 낮았다.
수의계약 사유는 2000만원 이하와 여성·장애인 기업 비중이 93.9%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른 법령에 의한 수의계약은 산림조합과 산림조합중앙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진안군은 산림조합이 산림사업 관련 계약을 100% 수의로 체결했고, 80% 이상 수의계약을 체결한 지자체도 6곳으로 나타났다. ‘도시숲’이나 ‘미세먼지 차단숲’ 등 사업은 도시숲법에 따라 민간업체도 수주할 수 있으나, 전주시 등 모든 지자체가 관행적으로 산림조합과 계약해 차별 논란을 야기한다. 농공단지 입주 업체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하지만, 고창, 장수 등은 특정 업체와의 계약 건수가 최고 21건(54억원)이나 돼 공정성을 의심받는다.
동일 업체와 100회 이상 반복 계약한 지자체들도 있었다. 정읍시는 용역을 특정 업체에 수의로 100회(15억3000만원) 맡겼는데, 1000만원 이하 계약을 포함하면 같은 기간 428건(25억3000만원)이나 됐다. 고창군도 한 업체와 2년 간 100건(16억3000만원)을 수의계약했다. 임실군과 진안군은 각각 16개 업체(180억원, 181억9000만원)와 최소 50회 이상 반복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같은 날 동일 업체와 다수 계약하거나 유사한 사업을 동일 업체에 몰아준 사례도 많았다.
전북 참여연대 관계자는 “수의계약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등 절차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지자체별로 세부 매뉴얼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정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막기 위해 수의계약 횟수와 금액을 제한하는 규정을 강화하고, 계약 내용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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