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발 유동성 위기설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강원도 춘천의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가 돌연 회생신청에 나서면서다. 국채에 준하는 지방채와 공사채가 위기라면, 다른 회사채는 말할 것도 없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번지며 혼란은 채권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사태가 심상치않자 정부가 자금시장에 50조원을 공급하겠다며 수습에 나서고, 김진태 강원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적이 없다면서도 수습에 나섰지만,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절차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도는 왜 GJC 회생절차에 나섰을까. 적자가 예상되는 레고랜드 사업을 무리하기 끌고 가 혈세를 낭비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통해 하중도개발을 정상화하겠다 게 강원도의 구상이다. 특히 이같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선택에는 그간 논란이 되어온 레고랜드를 둘러싼 영국 멀린사와의 불공정 계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M&A 내세운 강원도 vs 당장 지급 원한 SPC
25일 강원도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시절인 2012년 강원도는 춘천 중도라는 섬에 레고랜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GJC를 설립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적이 나오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개장은 늦어졌다. 이 과정에서 공사 비용은 불어났다.
결국 GJC는 추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기로 했고,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 자금을 조달하고자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증권(ABCP)에 지급보증을 섰다. 그리고 새로 취임한 김 지사가 돌연, 법원에 GJC의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나섰고 자금시장은 사실상 지자체의 채무불이행으로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기폭제가 된 것이 강원도가 특수목적법인(SPC)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지급 보증을 이행하지 않고 대출채권 상환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GJC는 지난 8월26일 아이원제일차 주식회사 측과 대출금 만기 기한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는데 합의하고 4개월간의 선취이자 38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아이원제일차 측에서는 김 지사의 GJG 기업회생 언론발표 뒤, GJC 대출 건에 대해 기한이익상실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고, 강원도를 상대로 지급금 청구 추진을 했다고 한다.
강원도는 레고랜드를 포함한 하중도개발의 정상화를 위해 GJC의 기업회생과 인수합병(M&A)를 카드로 꺼내들었다. 하지만 아이원제일차 채권단인 BNK투자증권측은 강원도의 지급금 의무는 GJC 기업회생 신청과 상관없는 별개 사안이라며 즉각적인 채무변제를 요구했다.
김 지사는 3주 만에 다시 보증한 채무를 갚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젠 지자체 채권도 못 믿는다는 신호가 확산되면서 시장은 얼어붙었다.
◆“어차피 매년 적자 구조 GJC를 개혁해야” 정면돌파
최근 강원도를 향한 금융업계의 비판에 강원도도 나름 할말이 있다. GJC의 수익이 현저히 낮아 회생절차를 통해 새로운 사업자를 찾는 것 밖엔 답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GJC 기업회생 추진현황에 따르면 우선 강원도는 GJC에서 총 412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GJC는 부지매각으로 3458억원과 테마파크로 256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원인자부담금 184억원과 자본금 222억원, 설계 10억원 등 총 413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원인자부담금은 건축물을 신축, 증축 또는 용도변경해 오수를 배출할때 내는 공공하수도 개축비용 등을 말한다.
문제는 지출이 더 많다는 점이다. 레고랜드 등 테마파크의 건립 및 운영에 920억원과 기반시설에 1221억원, 토지매입에 1075억원, 문화재 보존에 290억원, 금융비용 699억원이 들었다. 운영비(337억원)를 포함한 전체 지출은 4542억원이다.
여기에 BNK투자증권 대출 2050억원의 만기가 내년 11월28일에 도래하는데, 대출 금리도 4.8%에 달한다.
이처럼 적자가 예상되고, 향후 이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어 도 재정에 무리가 올 수 있다는게 강원도의 판단이다. 강원도는 이같은 분석을 근거로 이번달부터 내년 7월까지 GJC의 대주주이자 채권자 지위를 갖고있는 도가 직접 M&A를 추진해 부담을 제로화하고 하중도 관광지 개발사업을 정상화해 수익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강원도는 10개 증권사와 1개 펀드로 이뤄진 보증채무 투자사들과 지급금 이행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최문순 도정때 한 불공정 계약이 발목 잡아” 비판도
이같은 강원도의 결정에는 그간 논란이 있어온 레고랜드를 둘러싼 멀린 측의 독소조항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GJC가 2019년 영국 멀린사에 보낸 투자 이행 요구 서신이 공개됐는데, 멀린이 당초 약속한 사업비 2600억원 중 1300억원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린이 놀이시설 독점과 임대 수익 축소 등 강원도에 불리한 조항을 담아 멀린사와의 협약을 체결한 것도 문제가 됐다. 전임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유치를 위해 수익성이 악화되는 계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강원도가 강원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 멀린사에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로 50년 무상 임대한 중도 부지 28만790㎡(운동, 오락시설 지구)를 표준공시지가로 환산하면 매각 추정금액은 1252억원이며, 무상 임대는 50년을 추가할 수 있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수익로 GJC가 연간 받을 수 있는 임대료는 최초 임대료 계약에 따르면, 400억원 이하일 경우 0%, 400억~600억원 8%, 600억원~800억원 12%, 800억원 초과시 10%다. 하지만 강원도와 GJC가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영국 멀린사의 테마파크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최초 매출 구간별 임대료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400억~600억원의 매출 구간 수익이 4000만원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강원도 입장에서 레고랜드를 통해 수익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강원도 정계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업과 관련해 “애당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계약이다. 강원도의 땅과 세금이 투입됐는데 이렇게 적자가 계속난다면 사실상 멀린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원점에서 개발사업을 재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원도 레고랜드지원과 담당자는 CJG의 기업회생절차에 대해 “우선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GJC의 정상적인 사업구조를 위해 신규 인수 계발 사업자를 적극적으로 물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체계적이고 능력있는 민간사업자가를 물색해 우선 레고랜드 부지를 제외한 주변 상가시설 부지와 숙박시설 부지 등에 대한 개발을 진행하는게 목표”라며 “매각 수익을 통해 강원도가 이행해야할 보증채무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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