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사건 발생 3년4개월만에 가해자로 지목된 이은해(31·왼쪽 사진)와 조현수씨(30·오른쪽 사진)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이규훈)는 27일 오후 2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이씨에게 무기징역, 조씨에게 징역 30년을 각각 선고했다.
뉴스1에 따르면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하고, 별도의 준수사항도 부과했다. 준수사항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기간 중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주거지에 머물고 외출하지 말 것, 주거지를 관할 시·군·구로 제한할 것, 여행 시 보호 관찰소에 사유와 기간, 행선지를 구체적으로 신고하고 허락을 받을 것, 피해자 유족 측의 의사에 반해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말 것 등이다.
재판부는 "남편을 경제적 착취 수단으로 삼아오다가 파탄에 이르러 더이상 관계 유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자 생명보험금 8억원 수령을 목적으로 피고인 조현수와 공모해 2차 살해 시도를 했다"며 "범행을 단념하지 않은 채 나아가 계곡 4m 높이에서 수영을 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물 속으로 뛰어내리게 한 뒤 구호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부터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사고사로 위장해 범행을 실현해 작위범 판단과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씨에 대해서 "피해자를 경제 착취의 도구로 여기다가 재정 파탄에 이르자 생명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내연남과 공모해 살해하고, 우연한 사고로 위장하고자 지인까지 끌어들여 목격자로 만들었다"며 "아무런 죄책감이나 죄의식 없이 일상생활에서 살해를 잇따라 시도하면서 그 과정에서도 경제적 착취를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태양을 보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사망할 때까지 살해 시도를 멈추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하다"며 "보험사에 생명보험금이 지연되자 범행이 은폐됐다고 확신해 민원을 제기하거나 방송국에 제보하는 등 대담한 행보를 보였고, 그 죄질이 극히 불량해 사회적 영구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조씨에 대해서 "피고인 조현수가 없었다면 범행 실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핵심 역할에 가담했고 피해자의 신뢰관계의 지인임에도 조롱하고 돈을 뜯어내와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에게 직접살인죄를 적용하면서, 범행 성립 도구를 '가스라이팅'으로 명시했다. 국내에서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살인죄가 인정된 사례는 없었다.
재판부는 사건 발생 3년4개월만에 이씨와 조씨에게 유죄 판단을 하면서도 검찰이 주장한 직접살인죄 성립 도구로 ‘가스라이팅’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여러 차례 이씨의 요구에 거절하고, 사망 당시에도 이씨의 다이빙 권유를 거절하는 등 자유의지가 없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어 심리지배를 받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씨와 A씨의 관계가 A씨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 유지되는 상황에서 A씨의 재정 상황으로 인해 관계 유지가 어렵게 되자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던 정황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직접살인죄 성립 도구로 가스라이팅이 맞는지 재차 확인한 바 있다.
계곡살인은 A씨가 스스로 다이빙했다가 숨진 사건으로 사실상 이씨와 조씨의 직접적인 신체적 행위가 확인되지는 않아서다. 이로 인해 재판부는 간접살인죄도 공소장에 추가할 것을 요청했고,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간접살인 혐의도 추가해 재판이 진행됐다.
결국 재판부는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 살인죄 성립은 어렵다고 최종 판단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경제적 착취의 도구로 여겨 오다가, 재정 파탄에 이르자 보험금 8억 수령을 목적으로 사고사로 위장한 범행을 계획한 점, 2차례의 시도 끝에 살인에 이른 점, 살인 당시 A씨가 수영을 못하는 사실을 알고도 구해줄 것 처럼 인근에 있다가 보호장비 없이 물에 뛰어들게 한 뒤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그 수법적인 면에 있어서 작위와 동등한 수준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해 중형을 내렸다.
이씨와 조씨는 법정에 들어서 선고 내내 무덤덤하게 재판부의 양형 이유를 들었다. 이후 선고가 끝났음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퇴정했다.
이날 법정에는 유족이 자리했으며, 취재진과 등으로 방청석이 가득 메워졌다. 이씨와 조씨 측 변호인은 자리하지 않았다. 유족은 재판이 끝나자 검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몰린 취재진을 향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계곡살인 사건은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 용소계곡에서 A씨(사건 당시 39세)가 숨지면서 발생했다. 당초 사건은 2019년 6월~10월 가평경찰서에서 처리했으나, 변사사건으로 내사종결 처리됐다.
그러나 그해 11월 유족 지인의 신고로 일산서부경찰서에서 재수사가 진행돼 2020년 12월 검찰에 넘겨졌다. 이후 인천지검이 2021년 2월부터 전면 재수사를 벌여 2건의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확인해 기소한 데 이어 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미수까지 적용해 올 5월4일 재판에 넘겼다.
재판은 5월27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17차에 걸쳐 진행돼 마무리 됐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의 결심공판에서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20년의 전자장치 부착명령과 5년간의 보호관찰, 특정시간 외출제한 등의 준수사항도 청구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이씨의 남편인 A씨(39)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이 섞인 음식을 먹여 숨지게 하려다 치사량 미달로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해 5월 용인 낚시터에서 수영을 못하는 B씨를 물에 빠뜨려 숨지게 하려다 지인에게 들켜 A씨가 물밖으로 나오면서 미수에 그친 혐의도 있다.
이들은 한달 뒤인 6월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A씨를 기초 장비 없이 다이빙하게 해 숨지게 했다.
이씨 등은 A씨가 숨진 해 11월 보험회사에 A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으나, 보험 사기 범행을 의심한 보험사로부터 거절당해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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