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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부르고뉴 왜 와인으로 유명할까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2-11-05 19:00:00 수정 : 2022-11-04 21: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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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만드는 곳이 있다. 병당 수천만 원을 가볍게 호가하는 로마네 콩티가 만들어지는 곳. 프랑스 정부가 지정한 특급 밭이 가장 많은 지역. 바로 부르고뉴(Bourgogne)다. 포도 재배 면적 자체는 보르도가 더 넓지만 좁은 면적의 특급 밭을 보유해서 한정 수량과 수제 와인 가치를 더욱 살리며 세계 최고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곳이다. 여기에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도 기준이 있는데 레드 와인의 경우는 피노 누아,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품종의 단순함이 오히려 고급화를 가속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최고가 와인 부르고뉴 로마네 콩티 포도밭.

그렇다면 부르고뉴는 어떠한 역사적 배경으로 세계 최고가의 와인들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바로 수도원 와인의 본격적인 시작이 부르고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특성을 보면 교황과 세속 군주의 결탁을 통해 기독교 세력을 넓혀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732년 이슬람 제국이 북아프리카를 거쳐 스페인을 통과해 피레네 산맥까지 넘어 프랑스 내부로 침공했을 때 혜성같이 등장해서 이슬람 세력을 막아 준 것이 바로 프랑크 왕국이었다. 카롤루스 마르텔이 이끄는 프랑크 군은 프랑스의 투르와 푸아티에에서 이슬람의 우마이야 왕조의 군대에 승리를 거둔다. 만약 막지 못했다면 이탈리아와 가까운 마르세유 및 리옹도 빼앗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슬람의 팽창에 너무나도 놀란 가톨릭이 그 세력을 막아준 세속 군주와 결탁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하다 보니 교회 및 가톨릭의 성직자 임명권을 세속 군주가 가지면서 성직자들이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기본 체계였다. 결국 수도에 힘을 써야 하는 종교인이 정치가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 성직자의 규율과 도덕은 점차 해이해졌고, 신앙의 수준은 하락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도원 자체의 독립성을 찾자는 수도원 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909년 프랑스 아키텐 공작인 기욤 1세는 클뤼니라는 수도원을 세우면서 해당 수도원을 완벽한 독립체의 조직으로 만든다. 왕은 물론 백작, 주교 등도 이곳의 재산을 침범할 수 없다고 공언한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바로 수도원이 재정자립을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포도 농사와 와인 제조였다. 성찬의식에 꼭 필요한 와인을 만들고, 또 판매를 위해서도 만든 것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여기에 더욱 적용된 규범이 ‘기도하며 일하라’였다. 베네딕토회 수도원 생활 규율인 이 내용은 수도원 주체성을 더욱 이끌게 된다. 결국 클뤼니 수도원에서 시작한 이 개혁은 프랑스 전역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까지 퍼지게 된다. 그리고 교황까지 배출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제1차 십자군 운동을 일으킨 우르반 2세다.

클뤼니 수도원의 개혁은 13세기에 시토(Citeaux)회에 개혁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시토회 역시 부르고뉴 지역이다. 현재 부르고뉴의 주도인 디종 근처다.

결국 부르고뉴는 수도원 운동의 중심지로 프랑스 대혁명까지 수도원 역사가 이어진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수도원의 모든 포도밭은 일반인에게 나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알같이 작게 나눠진 수도원의 포도밭은 각각의 개성을 자랑하며 지금의 부르고뉴 와인 고향이 됐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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