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막이벽 붕괴 사고로 공사가 중단된 전남 여수의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은 건축법상 안전 영향평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여수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축법에서 초고층 건축물은 건축허가 전 구조 안전과 인접 대지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하는 안전 영향평가를 평가기관에 의뢰·실시하도록 돼 있다.
또 이 건축물은 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된 지하 안전 평가도 받지 않았다. 이 법에서는 지하 굴착공사를 수반하는 사업의 개발자는 지하 안전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광주 중견 건설업체가 추진하는 이 사업은 14만㎡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최고 45층의 생활형 숙박시설 4개 동을 짓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건축허가를 받아 5월 착공했으며 2025년 완공 예정이다.
건축 허가권자인 여수시는 건축 심의 당시에는 안전 평가 관련 법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안전 평가 관련 사항은 2017년 1월 관련 법이 제정돼 2018년 1월부터 시행됐다.
해당 건설사는 관련 법 시행 이전인 2017년 4월 사업 심의 신청서를 냈으며 이어 같은해 11월 심의 절차를 시작했다. 여수시는 2018년 6월 이 건축물이 일반 주거지역에서 30m 이상 떨어져야 하는 규정을 어겼다며 불허했다.
하지만 건설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대법원은 2020년 10월 “건설사가 설계를 변경해 인근 주민의 생활 환경을 보호할 공간을 추가로 마련한 점이 인정된다”며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여수시는 건축 심의를 거쳐 지난해 4월 건축 허가를 내줬다. 여수시 관계자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안전 평가를 요구했지만, 건설사가 심의 당시(2017년)에는 관련 법 규정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며 “건설사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안전 평가를 하지 않은 채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안전 평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안전 평가를 받도록 건설사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오후 4시쯤 여수시 웅천동 생활형 숙박시설 공사 현장에서 지하 터파기 작업 중 높이 5m의 흙막이벽이 무너졌다. 무너진 곳을 통해 공사장으로 해수가 유입돼 공사가 전면 중단됐고 추가 붕괴 우려에 주변 건물 상인 등이 대피하기도 했다. 현재 무너진 현장을 토사로 메우고 보강 작업이 진행 중이며 안전성 검사 뒤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