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상황 속에서 무역수지는 7개월째 적자의 깊은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 침체 위기감이 고조되는 등 한국 경제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고, 북한은 잇달아 미사일 도발을 하는 등 악재까지 겹쳤다. 이에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특단의 대책 마련에 고심이 커질 전망이다.
4일 뉴시스와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1년 전보다 5.7% 올랐다. 석 달 연속 5%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6%대를 기록한 6~7월에 비해 다소 둔화했지만, 당분간 5%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는 다섯 차례 연속 올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렸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환율은 1400원대를 넘나들며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17.4원)보다 6.4원 오른 1423.8원에 마감했다.
무역 실적도 비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7억달러 적자를 내면서 7개월째 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기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은 금리를 또 올렸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3.75~4.0%로 상승해 한국과의 격차가 0.75~1.0%p로 벌어졌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긴축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금리 인상 중단은 시기상조라고 밝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한국도 추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나날이 심화하는 '강달러' 현상에 수입 비용이 늘고 금리마저 재차 오르면 국내 소비 심리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2014년 세월호 때와 같이 소비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 3발을 발사하며 이틀째 연속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위협 고조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에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아울러 언제든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속, 주요국의 긴축정책 기조, 미국과 중국의 성장 둔화 등 대외 리스크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복합 위기 상황에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경기 침체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곳곳에서 비관적 경제 지표가 나오며 한국 경제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은 비상이 걸렸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의 영향에 대해 점검했다.
추 부총리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향후 우리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높은 경계감을 유지하며 대응하겠다"며 "잠재된 북한 리스크 현재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관련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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