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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매몰 광부 2명 구조 왜 늦어졌나… 늑장 신고·20년 전 도면

입력 : 2022-11-06 18:08:20 수정 : 2022-11-06 22: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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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업체, 고립 이튿날 119 전화
잇단 사고에 가중처벌 회피 의혹

2000년대 지표로 ‘안전도’ 작성
엉뚱한 곳 구멍 뚫어 구조 지연
경찰, 원인 규명 본격 수사 나서

‘생환’ 50대, 잠결에 놀라며 비명
가족 “장기적 심리 치료 지원을”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경기를 일으켜 걱정이 큽니다.”

경북 안동시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광부들이 5일 안대를 착용한 채 이철우 경북지사(가운데) 등의 격려를 받으면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모습. 안동=연합뉴스

‘기적의 생환’ 드라마를 만들어낸 2명의 광부 중 보조 작업자 박모(56)씨의 친형이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지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오로지 동생의 신체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병원에서 잠든 동생을 보면 일상생활에서 트라우마를 오래 겪을까 걱정이 많아진다”고 밝혔다.

박씨와 작업반장 박모(62)씨는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광산에서 발생한 매몰사고로 지하 190m에 221시간 동안 고립됐다가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난 4일 구조될 당시에도 두 발로 걸어서 갱도를 나올 만큼 광부들의 신체적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심리적 안정감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다가 광산 현장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는 미덥지 못하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추후 심리 지원 절실”

박씨의 친형에 따르면 병원으로 옮겨진 박씨는 깊게 잠들지 못한다. 잠결에 무언가에 놀라 몸을 움츠리거나 큰소리를 지르는 행동을 반복한다. 박씨의 친형은 “신체적 문제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 트라우마가 더 큰 문제”라며 “보통 사람이 겪을 수 없는 일을 겪다 보니 동생의 불안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의 친형은 가장 시급한 지원 대책으로 ‘퇴원 후 심리치료’를 꼽았다. 그는 “지금 잠결에 불안을 호소하는 건 일부분일 수 있다”며 “앞으로 동생이 살아가면서 불안 문제가 언제 나타날지 몰라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고는 10월26일 발생했다. 이 광산 제1 수직갱도 지하에서 모래와 흙 등 토사 900t이 아래로 쏟아지며 작업반장 박씨와 보조 작업자 박씨가 고립됐다. 삶을 향한 두 광부의 의지는 강했다. 이들은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바람을 피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갖고 있던 커피믹스 30봉지를 나눠 먹으며 견뎠고, 암벽에 흐르는 물을 마시며 극한의 상황을 버텼다.

극적 구조가 이뤄진 4일 오후 11시3분쯤 두 광부는 지상에 두 발로 걸어 나왔다. 작업반장 박씨는 캄캄한 갱도에 오래 있은 탓에 시간개념이 흐려져 “사흘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왔느냐”고 가족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221시간 만의 기적 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광산에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사고 열흘째인 지난 4일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갱도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안동=소방청

◆‘갱내 깊이 등 반영된 광산 안전도’ 해마다 제출… 시추는 2000년대 자료

광산 운영업체 측은 사고가 발생한 10월26일이 아닌 이튿날 119에 늑장 신고를 했다. 두 광부의 가족들은 뒤늦게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광산은 지난 8월29일에도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처벌이 무거워지는 것을 피하려고 업체 측이 늑장 신고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아까운 시간은 두 광부의 생존 신호 확인을 위한 시추 작업에서도 허비됐다. 이틀간 엉뚱한 곳에 구멍을 뚫어 가족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세계일보가 최초 보도한 ‘안전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광산안전법 시행령을 보면 안전도는 ‘매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작성해 다음해 1월30일까지 광산안전사무소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안전도는 지표에서 갱내 중요 지점까지의 깊이와 채굴 사항, 시추공의 위치, 암층별 두께와 성질 등 내용을 포함한다. 또 축척 5000분의 1 이상의 지형도를 작성해 갱내와 갱외 사고를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도를 만드는 목적 역시 인명사고 대비와 맞닿아 있다. 하지만 업체 측 관계자는 “지표 시추 관련 자료는 2000년대 자료를 활용해 오차가 있어 재측량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명사고가 난 상황에서도 안전도는 대외비다. ‘안전도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세계일보의 질의에 구조 당국 관계자는 “업체 측의 정보가 포함돼 있어 공개는 어렵다”고 답했다.

◆경찰 원인 규명 본격화… 윤 대통령 “새로운 희망 줘”

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북경찰청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업체의 과실 여부를 수사한다. 또 사고 발생 이튿날에 신고를 한 점도 확인한다. 경찰은 이 광산에서 올해 발생한 1·2차 사고를 묶어 수사한다.

천효정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무사 생환한 작업자들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카드와 선물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을 병원으로 보내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쾌유를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봉화=배소영 기자·이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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