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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와인 이어 전통주도 소장의 시대 [명욱의 술 인문학]

입력 : 2022-11-19 19:00:00 수정 : 2022-11-18 18: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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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사동 루프탑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오’에서는 흥미로운 행사가 하나 열렸다. 문경의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 증류주 ‘고운달’의 스페셜 에디션(사진) 출시를 기념한 ‘고운달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 ART 2022’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고운달’은 오미자로 3년 이상의 발효와 숙성을 거듭해 만든 와인을 프랑스 전통방식인 샤랑트 증류기를 사용, 역시 3년 이상의 숙성을 거듭해 만든 대한민국 최고가 증류주다. 제작에 최소 6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그래서 알코올 도수가 52%임에도 은은하게 올라오는 오미자의 부드러운 맛과 오랜 숙성을 거듭해서 만들어진 깊은 향이 위스키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을 정도로 인정받는 제품이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우리 문화 콘텐츠 전문 브랜딩 디자인 기업 ‘가치앤같이’(대표 전재식)와 고운달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여기에 최진호 총감독(조각가·지노조형연구소)의 디렉션하에 3가지 각기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혼을 합쳐 만들었다. 유리병 목부분은 조화로운 우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준민 작가의 노리개로 시작, 유리병 후면부에는 타투 아티스트 국재철, 박혜진 작가의 협업으로 평화와 화합의 상징이자 자웅동체인 봉황과 기린 문양을 새롭게 해석하여 표현하였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나들이에 쓰였던 나무 주안함에서 모티브를 얻어 모던한 아크릴 소재로 정윤아 작가와 ‘아크피아’(대표 정광영)가 제작에 참여하였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고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고운달의 일반 제품의 가격은 36만원, 이번에 출시된 제품은 300병 한정으로 137만원으로 책정되었다. 지역의 농산물로 만든 만큼 주세법상 전통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이 제품은 마시기 위한 제품일까? 물론 마실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증류주 수집 시장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로 마시기보다는 소장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유명 위스키 투자 플랫폼 레어위스키101닷컴에 따르면 맥캘란, 발베니, 야마자키 등의 스페셜 에디션 제품은 이미 10년 전 대비 400% 이상 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 고숙성 제품으로 한번 제품을 만드는 데 수십 년이 걸린다. 그래서 만들어지는 그 시간을 산다는 의미하에 이러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닌 수집과 소장에 의미를 둔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고급 와인 역시 이러한 시장에 발맞추고 있다. 고급 와인 1000종류에 대해 늘 가격을 분석하고 있는 리벡스(Liv-ex)에 따르면 최근 50% 가까이 가격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와인 시장에서 수제와 한정판을 추구하는 부르고뉴의 대표 와인을 150종으로 한정한 경우 최근 5년 동안 102%나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늘 이제까지 한국 술에 대해서는 스스로 폄하해 왔었다. 막걸리와 소주는 늘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고, 맥주는 맛과 향을 즐기기보다는 소맥용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 많았다. 그래서 부가가치 있고 예술적인 작품적 성향을 가진 제품은 10년 전만 해도 전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소장과 수집 시장으로 전통주 시장이 이어질 수 있다면 한국의 술 문화도 더욱 개선되리라 기대해 본다. 다양성을 품은 시장이 문화를 발전시키기 때문이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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