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주재하는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이 공개적으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외르그 부트케 주중 EU 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경제매체 차이신이 주최한 ‘차이신 서밋’에서 “이제 우리는 임원들이 전 세계를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베이징에 있는) 나는 (외출했다가) 갑자기 봉쇄돼버리는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집 밖으로도 거의 못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이 개혁·개방의 성공적인 길을 떠나 실제로 더 정치화된 환경을 갖는 것을 우려한다”며 “지난 9월 연간 보고서에서 지적했듯 ‘이념이 경제를 압도하는 상황’이 우리가 가진 걱정을 요약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시장에 대한 기업의 낙관주의를 잠식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제 2의 중국은 없고,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며 세계 화학시장 성장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에 중국의 거대 시장과 개혁 역량을 믿는다”면서도 “유럽 기업들이 중국 이외 인도,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의 투자 환경 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앞서 EU 상공회의소는 연간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지정학적 복잡성으로 유럽 기업들은 중국 투자와 관련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며 “중국이 내년 하반기까지 국경을 전면 개방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이념이 경제를 압도하면서 예전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트케 회장은 “우리는 여전히 이러한 우리의 생각이 중국 정부의 논의에 실제로 포함될 것이고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며 “향후 몇년간 우리가 이러한 생각을 퍼뜨리고 열린 귀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이틀 연속 2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잇단 봉쇄 조치를 취하며 ‘과학·정밀 방역’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8일 중국 방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전날 해외 유입 감염자(224명)와 무증상에서 유증상으로 재분류된 감염자(1101명)를 제외한 중국의 순수 신규 감염자는 2만4028명이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전날 브리핑에서 “방역을 과학적이고 정밀하게 개선, 민생 보장 서비스 자원을 효율화해야 한다”며 “임의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확대하거나, 방역 규제를 중복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은 PCR 전수검사를 할 필요가 없으며,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높은 경우 하루 1회씩 사흘 연속 전수검사하고, 방역 통제구역 밖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으면 사흘 뒤 한 번 더 전수검사한 뒤 종료하도록 했다. 집중 격리 대상은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로 한정해 밀접 접촉자의 접촉자, 즉 2차 접종자까지 격리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중국 많은 지역에서는 외지에 가거나 병원 및 공공장소 출입을 위해서는 48시간이내 PCR 검사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 최근 이 증명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응급 환자가 사망한 사례가 잇따랐다.
중국의 많은 지방정부가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 2차 접촉자도 격리시설에 수용, 외부와 접촉을 차단해왔다. 위건위는 또 3세 미만 영유아 등 특수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은 PCR 검사 음성 증명서 확인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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