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 구호했다면 사망 피할 시각
소방 대응2단계 11시13분 발령
당시 “잠시 뒤 상황 종료” 오판
소방 지휘팀장 등 9명 추가 입건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참사 당일 오후 11시쯤을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골든타임’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 향후 특수본 수사에서 골든타임 전후의 대처가 주요 피의자들의 혐의 적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경찰과 소방, 용산구 등의 관계자 9명을 추가로 입건하고 조만간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23일 특수본 관계자는 골든타임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오후 11시 정도”라며 “사고 발생 후 적절한 구호조치가 이뤄졌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오후 11시 전후 소방 현장지휘팀장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당시 소방 무전기록에는 현장지휘팀장이 오후 11시쯤 “현재 빠른 속도로 후면에서부터 넘어진 행인을 일으켜 세워 안전한 장소로 유도하고 있으니 잠시 뒤에 상황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기록이 남아 있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오후 11시5분 현장 지휘를 선언하기 전으로, 현장지휘팀장의 판단이 참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소방은 ‘대응 1단계’를 참사 발생 28분 만인 오후 10시43분 발령했다. 하지만 뒤이은 ‘대응 2단계’는 오후 11시13분, ‘대응 3단계’는 오후 11시50분에서야 이뤄졌다. 대응 2단계는 10명 이상, 3단계는 20명 이상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발령한다. 대응 2단계 발령이 늦어졌다는 비판과 관련해 최 서장은 지난 21일 특수본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대응 2단계는 제가 안 걸어도 누구나 걸 수 있고 그걸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대신 걸어줬다. 제가 (2단계를) 안 건 이유는 후면부 상황에 구조·구급 활동에 몰두하느라 못 걸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오는 26일 최 서장을 다시 소환해 대응 2단계 발령 이후 현장 지휘를 어떻게 했는지 추궁할 전망이다.
특수본은 이날 현장지휘팀장을 비롯해 9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에서 4명, 소방 1명, 용산구 3명, 이태원역 1명이다. 정보과 보고서 삭제 의혹과 관련해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는 증거인멸 교사 혐의,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은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나머지 용산구 부구청장과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 이태원역장 등 7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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