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7개팀 결선 무대 올라…보던 어른들이 감탄한 아이디어 잇따라
박쥐 초음파 끌어와 안전 아이디어 제시한 팀에 교육부장관상…모두가 상 나눠 받았다
“꿈으로 걸어가는 저희의 길이 안전한 길이 될 수 있게 지켜주세요.”
도로교통공단과 TBN 한국교통방송이 주관하고 교육부와 경찰청·손해보험협회·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이 후원하는 ‘제1회 전국 어린이 교통안전 말하기 대회’에서 인천 중산초등학교를 대표해 나온 ‘중안지’팀 학생들은 3분여에 걸친 발표 후 이러한 메시지를 어른들에게 남겼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진행된 발표 대회에서 ‘중산초등학교 안전 지킴이’의 줄임말인 ‘중안지’ 팀을 구성한 4학년 송지아·김주환·김민재 학생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길은 바로 우리들이 학교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즐거워야 할 길이 어떤 어린이에게는 가족과 이별하는 길이 되기도 했다”며 과거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사고 건수를 언급했다. 스쿨존의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아이들의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도 우려하면서다.
그러면서 “학교 주변에 무료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한속도를 어기면 신호등에서 경고음이 울리게 하고, 정기적으로 학교 주변에 ‘차 없는 거리’를 만들어 어린이들이 100% 안전한 날이 생기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린이들을 향해서도 “스쿨존 주변에서 장난을 치는 등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올바른 행동이 아닌 것을 깨닫고 순간의 장난이 불행이 될 수 있다는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이번 대회는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화를 위해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했으며, 어린이들의 안전의식 제고와 안전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개최됐다. 발표는 어린이 교통안전과 관련된 자유 주제로 5분 이내에만 진행하면 된다.
경기 평택에서 온 용이초 소속 한유주·이준기·진하은 학생의 ‘CANN’팀은 박쥐의 초음파를 활용한 교통안전 확보 아이디어를 꺼냈다. CANN은 ‘Children Adult Network Notice’를 줄인 말이라고 한다.
이들은 교문에 설치된 ‘아이알리미’ 센서와 비슷한 장치를 자동차에 놓는 방식인 ‘캔(CANN) 알리미’를 제안했다. 차량 주변 100m 이내에 ‘아이알리미’ 열쇠고리를 단 어린이가 나타나면, 차내 수신기에서 ‘주변에 어린이가 있습니다. 안전운전하세요’라는 경고음이 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특히 “아이들이 파란 신호등을 달리기의 스타트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어린이들의 교통안전 위반 내용을 부모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신초에서 온 임태규군과 고하율양, 보름초의 박세준 군으로 구성된 ‘태세고 Go!’ 팀은 ‘사각지대 어린이 사고 방지를 위한 제안’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학생들은 “어린이는 눈에 잘 띄는 밝은 옷을 입고, 도로 근처나 정차된 차 주변에서 뛰지 않아야 한다”며 “길을 걷거나 횡단보도 등을 건널 때 스마트폰을 본다면 시야가 좁아져서 눈을 감고 걷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어른들은 과속하지 않아야 한다”며 “우회전 시에는 일단 멈춰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교통안전교육 시간을 늘리며, AI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교통사고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보급해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표를 마친 후 김원신 손해보험협회 공익업무부장의 ‘준비하면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라는 질문에 학생들은 “평소 어두운 옷이나 청바지를 많이 입는 편이었는데, 이제부터는 밝은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경기 평택 새빛초등학교에서 온 ‘Time,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시간’ 팀의 정예난·이보연·이하은 학생은 ‘버스 안전 십계명’을 주제로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발표한 십계명은 ▲반드시 버스가 정차한 후에 탄다 ▲차가 이동하고 있을 때는 손잡이를 꼭 잡는다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게 떠들거나 뛰지 않는다 ▲창문 밖으로 손이나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차가 완전히 정차한 후 일어선다 ▲교통카드를 찍을 때는 손잡이를 잡는다 ▲친구들과 우르르 뛰어가지 않는다 ▲반드시 버스가 선 후에 내린다 ▲하차 시에 후방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주의한다 ▲버스에 서서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보지 않는다 등이다.
경기도 고양의 지축초에서 온 ‘슈퍼지니어스’ 팀(권규민·이찬울·김은준)은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화’를 위해 참가했다며, “어린이 교통사고 건수는 어린이 인구 감소에 비해 크게 줄지 않는 추세라고 하는데 그 까닭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모인 이들에게 던졌다.
이들은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의 부주의라고 한다”며 “횡단보도 앞에서 우선 정지한 후 빨간 불일 때는 멈춰야 하고, 노란불일 때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시속 30㎞ 미만으로 속도를 준수하고 운전 중 전화를 하는 등 다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어린이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이를 막기 위한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춰야 한다면서, “길은 자동차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경기도 수원 송정초에서 온 ‘송정어린이히어로’ 학생들은 인형으로 오토바이 번호판이 가려진 사진을 현장에서 제시해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직접 촬영한 사진을 제시한 김지윤·권효은·권미소·윤진희 학생은 “어린이 보호구역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이가 다친 일이 있었다”며 오토바이 단속을 펼칠 수 있는 일종의 ‘신호등 센서’ 도입과 단속 회피를 위해 번호판 가리는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는 제도, 시민 제보 애플리케이션의 확대 등을 촉구했다.
대구 강북·옥산초와 천안 남산초에서 온 이윤승·박지윤·이승재·정성우 학생들로 구성된 ‘안녕 코로드!’ 팀은 직접 대구와 천안 지역 초등학교 1~6학년 총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를 들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전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스스로 자기가 다니는 길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한 답변을 제시하고, 횡단보도와 신호등도 위험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응답자들이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점에서 학생들은 학교 주변 길에 발자국을 그려 아이들이 안전하게 걷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계속해서 “교실에서의 교육보다 현장에서의 교육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어린이들도 자신을 지켜나가는 마음으로 교통안전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의 생명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말하기 대회에서 무대에 오른 7개 팀은 모두 상을 나눠 받았다.
상금 30만원이 주어지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상은 ‘중안지’와 ‘태세고’ 팀, 마찬가지로 상금 30만원이 수여되는 손해보험협회장상은 ‘슈퍼지니어스’와 ‘Time,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시간’ 팀에 돌아갔다.
상금 50만원이 포함된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상은 ‘송정어린이히어로’팀에게, 상금 70만원이 주어지는 경찰청장상은 ‘안녕 코로드!’팀의 몫이 됐다.
마지막으로 상금 100만원이 포함된 교육부장관상은 박쥐의 초음파에서 아이디어를 끌어와 차내 수신기 설치를 제안한 ‘CANN’팀이 받았다.
학생들의 발표가 끝나고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이크를 잡은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많이 어리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무척 대견하고 훌륭하다,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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