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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멈춰 세상을 바꾸자”… 화물연대, 전국서 총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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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4 17:00:00 수정 : 2022-11-24 16: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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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지속·확대 등 요구

전국 곳곳 물류 거점마다 운송 차질 가시화
부산항·광양항 등 수출입 물류 대부분 멈춰
제철·시멘트·자동차 등 공장서도 물량 쌓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부산항 등 전국 항만과 컨테이너 기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화물연대는 24일 오전 0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고, 물류 거점마다 운송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전국 16곳에서 출정식을 열고 파업 시작을 선언했다. 각 지역본부가 출정식을 개최한 장소에는 운송을 멈춘 화물차가 대열을 이룬 채 늘어섰고, 노조원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에 따라 기업체들은 제품 반입과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는 최저임금처럼 적정 수준의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을 대상으로 일몰제로 도입됐고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물가와 유류비는 치솟았지만 운임은 10여년간 오히려 하락해 많은 화물기사가 생계를 위해 억지로 과속·과적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기사들이 과로에 내몰리며 도로 안전도 위협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 6월 파업 당시 정부가 안전운임제 확대 논의를 약속했지만 이후 오히려 개악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이날 수도권 최대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 도로에선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소속 화물기사 1100여명이 모여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의왕ICD’ ‘평택항’ 등 소속 지회가 적힌 깃발이 늘어섰다. 

 

출정식 주변 길가에 주차된 트레일러에는 ‘차고지 외 밤샘주차’를 알리는 딱지가 붙었다. 화물기사 김모(50)씨는 “오죽하면 길거리로 나왔겠느냐”며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 한 달 500만원 가까이 나가는 차량 할부금과 한 번에 50만원 이상 나가는 유류비를 낸 뒤 생활비 대기도 힘들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있다. 연합뉴스

의왕 ICD 측은 당장 큰 운송 차질은 없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화물 운송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최대 수출입 항만인 부산항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6월 파업 때 적잖은 피해를 봤던 부산항은 운영 차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른 새벽부터 화물을 싣고 오가는 컨테이너 차량으로 붐비던 북항 신선대 부두는 이날 한적한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항만공사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터미널운영사의 수출화물 선적 반입 가능 기준일을 기존 3일에서 5일로 완화해, 파업 전 조기에 수출화물이 부두로 반입될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다.

 

전남 광양항터미널의 경우 입구가 트레일러 차량으로 가로막혀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 평택·당진항의 컨테이너 부두 하역사와 육상운송 회사 대부분도 운영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화물연대 파업으로 입구가 가로막혀 있는 광양항국제터미널 모습. 연합뉴스

평소 하루 8000t 물량을 출하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이날 전혀 물량을 내보내지 못했다. 육로와 해상 출하량이 평균 2만7000t에 달하는 강원 삼척 삼표 시멘트는 파업으로 육로가 막히자 해상으로만 2만5000t을 출하했고, 동해 쌍용시멘트도 철로를 통해 4000t가량만 먼저 출하한 상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지역별 출고센터로 탁송하는 ‘카캐리어’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현대차 직원들이 일부 투입돼 완성차를 이송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건설업계 건설자재 공급, 감귤 유통, 제주삼다수 수도권 운송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주말부터는 전국의 레미콘 공장이 가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수도권 레미콘 운송 노조의 서울 사대문 내 운송 거부 사태에 이어 코레일의 오봉역 사고 여파로 이달 초 수도권 주요 유통기지인 의왕 기지는 현재까지 시멘트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내달 초 분양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은 1∼2일 이내에 레미콘 타설을 멈춰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24일 광주 서구 기아 오토랜드 광주2공장 완성차주차장에서 카캐리어 가동률이 떨어지며 완성차가 쌓여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단체들은 한목소리로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안전운임제는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규제”라며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왕·부산·삼척·군산·포항·청주=오상도·오성택·박명원·김동욱·이영균·윤교근 기자, 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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