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중과세율·기본공제 금액도 ‘쟁점’
공시가격이 11억원이 넘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11억원까지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11억원을 넘는 순간 세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소위 ‘문턱효과’로 조세부담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 12명이 제출해 민주당이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다.
야당이 제출한 개정안은 현행 6억원인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1세대 1주택자처럼 11억원으로 상향하되, 공제금액(6억원)은 현재 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별 공시가격 합계액 11억원까지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아예 빼고, 11억원을 넘으면 현행 세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식을 적용하면 납세기준선인 11억원을 기준으로 조세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조세저항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세금계산서비스 ‘셀리몬’의 종부세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과세기준일 현재 공시가 5억원짜리 주택과 6억원짜리 주택을 한 채씩 보유해 합산 공시가가 11억원 상당인 2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액은 민주당안 기준으로 ‘0원’이 된다. 하지만 11억1000만원(공시가 5억1000만원·6억원 주택을 1채씩 보유)인 2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액은 단번에 582만1058원으로 급증한다. 다만, 이에 대해 민주당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 개정 취지를 살리면서 문턱효과를 줄이는 보완책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을 두고도 정부·여당과 야당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 자체가 누진세율로 설계된 세금인데, 추가로 다주택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 이중적인 중과제도라면서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주택자(과세표준 94억원 초과)에 대한 최고세율(6%)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절반수준(2.7%)으로 낮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건 주택 투기 세력을 도와주는 꼴밖에 되지 않고, 세수 감소만 초래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다주택자 중과세율 전면 폐지 대신 아래쪽 두 개 구간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의 경우 현재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데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지만 금액 수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기본공제 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1세대 1주택자는 현행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세제개편안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배포해 소득 5000만원 이하 1세대 1주택 납세자의 1인당 종부세 평균세액이 77만8000원(12만명)이고, 소득 2000만원 이하의 1세대 1주택자는 1인당 평균세액이 74만8000원(7만3000명)으로 나타났다며 저소득층에게도 높은 부담이 되고 있는 종부세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공제 수준을 유지하자면서도 정부가 정하는 내년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수준 등에 따라 공제금액을 12억원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