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5년간 요직 맡은 핵심 인사
檢,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마무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주요 책임자인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정부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구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사건 발생 당시 관계 부처들 대응을 지휘한 ‘최종 결정권자’였다고 보고,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 전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에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속단하고, 국방부·국가정보원 등에 기밀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 등(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을 받는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정부 5년간 국정원장(2017년 6월∼2020년 7월)과 국가안보실장(2020년 7월∼2022년 5월)을 지내며 문 전 대통령을 보좌한 핵심 인사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서 전 실장은 당시 국가안보실을 비롯해 국방부, 해양경찰청 등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최종 결정권자인 책임자라 할 수 있다”며 “서 전 실장의 지위와 책임, 역할, 주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조사에 임하는 태도, 그간 흔적 등을 고려했을 때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신병을 신속히 확보해야 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말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약 2개월 만에 사실상 마무리 짓고 압수물 분석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결과에 대해 “실망 여부를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서 전 실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전날 서 전 실장 변호인 측은 입장문을 내고 “영장 범죄사실 어디에도 월북과 배치되는 첩보를 선별 삭제했다는 내용은 없다”며 “이씨의 실종 직후 상정 가능한 상황은 실족, 극단적 선택, 월북 기도였는데 이씨가 북한 수역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발견됐고 월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돼 월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관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서 전 실장이 주재한 문제의 관계장관회의에서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이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 전 실장 측은 또 “남북관계를 고려해 월북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라며 “월북자를 사살하는 건 오히려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고려와는 배치된다”고 했다. 이어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대하고도 급박한 상황에서 여러 부처에서 수집된 제반 첩보를 기초로 정책적 판단을 한 것인데, 이를 사후적으로 사법적 판단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정책적 판단은 사법적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서 전 실장은 국정원장 재임 시절인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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