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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로 물류 숨통 텄지만… 정유·석유화학 피해 확산

입력 : 2022-12-05 06:00:00 수정 : 2022-12-05 10: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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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11일째

차주 791명 중 175명 업무 복귀
컨테이너 반출입 25%까지 회복
철강 등 출하차질 피해 3조원대
재고 바닥난 지방 주유소도 늘어
전국 건설 현장 60% 타설 중단
민노총 “ILO, 긴급 개입 통보”
‘쇠구슬 테러’ 조합원 1명 구속

정부, 엄정 대응 재확인
고속도 통행료 감면 대상서도 제외
파업 참가자에 경제적 압박 강화
6일 민노총 총파업에 “정치 파업”
업무 복귀자 협박행위 엄단 방침

화물연대 총파업이 4일로 11일째에 접어들며 집회 참여 인원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컨테이너와 시멘트 물동량도 점차 회복하는 추세다. 물류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정유, 철강,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주유소에 휴업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4일 오전 10시 기준 화물연대 조합원 2900명이 전국 130여 곳에서 집회를 벌이거나 대기할 예정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주 일요일 정부 추산 집단운송거부 인원(4300명)의 67% 수준이다. 국토부가 파악한 참가 인원은 지난달 29일 7700명, 30일 7000명, 이달 1일 6750명, 2일 6700명, 3일 510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국토부는 5일부터 업무개시명령이 발부된 운송사와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운송재개 현황을 현장조사할 계획이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운송사 33개사 중 29개사, 차주는 791명 중 175명이 운송을 재개했거나 복귀의사를 표명했다.

 

물동량도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839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시의 25% 수준이었다. 일주일 전의 반출입량(8996TEU)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정유, 철강,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출하 차질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총파업 열흘간 시멘트 1137억원, 철강 1306억원, 자동차 3462억원, 석유화학 1조173억원, 정유 5185억원 등 총 3조263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총파에 들어간 지 11일째로 접어든 4일 대전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 휘발유 재고가 떨어져 주유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물류가 차질을 빚으며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전국 1269개 건설현장 중 751개(약 60%)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 업계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하루 평균 1238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날짜별로 반드시 입·출하해야 하는 필수 제품 운송에 차질이 생기거나 사태가 장기화돼 공장·야적 공간 내 적재공간이 부족해질 경우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와 노동계의 강대강 대치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에 힘을 보탰다.

 

이봉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계엄령에 비유하면서 “화물노동자 생계를 볼모로 노예의 삶을 강요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목줄을 채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사를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는데, 화물연대는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정당한 노동조합이며 사업자단체가 아니기에 이를 당당히 거부한다”며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도로 위 시민의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거래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포기해버린 국민 안전을 화물연대는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일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ILO는 민주노총에 보낸 서한에 “노조가 제기한 문제(업무개시명령의 노동기본권 침해 주장)와 관련해 정부 당국에 즉시 개입(intervene)한다”며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 및 원칙과 관련한 감시·감독기구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썼다.

 

부산경찰청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해 총 9건의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노조원 7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비노조원 화물차량 2대에 쇠구슬이 날아든 현장에서 발견된 쇠구슬. 부산경찰청 제공

이 중 화물연대 노조원 A씨 등 3명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운전자상해) 및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4명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화물연대 김해지부 노조원 3명은 지난달 26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인근 도로에서 비노조원이 운행하던 트레일러 차량 2대에 쇠구슬을 쏴 차량 앞 유리와 안개등 등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화물연대 김해지부 사무실과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쇠구슬 등 증거를 확보하고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쇠구슬을 쏜 A씨가 이날 구속됐고, 승용차를 운전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조합원 2명은 풀려났다.

 

또 지난달 29일 부산항 신항 인근에서 비노조원이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라이터를 던진 노조원 B씨와 체포과정에서 경찰관에게 물을 뿌리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한 노조원 2명을 각각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尹대통령, 관계장관 대책회의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관련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불법,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운송 거부 차주에 유가보조금 1년간 제한”

 

정부가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차주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을 1년 제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대상에서도 1년간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1차 불이행 시 받을 수 있는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 외에도 화물연대 총파업 참가자에 대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대책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유가보조금은 차량의 종류, 사용한 기름의 양에 따라 유류세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대형화물차를 운행해서 한 달에 4000ℓ의 경유를 사용한다면 월 70만∼80만원 남짓 보조금이 지급된다. 과거에는 국토교통부 장관 고시로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게 돼 있었지만, 2016년 대법원의 해당 조항 위법 판단 후 삭제됐다.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을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조치에 나서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운송 거부 차주에 대한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면제는 법 개정 없이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회의 내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경호 부총리,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정유나 철강 등 다른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에 나설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정유·철강 등 운송 차질이 발생한 업종에 대해서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제반 준비를 완료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국가 경제 위기가 우려될 경우 발동 절차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엄정대응방침 재확인은 업무개시명령이 효력을 발휘하고, 서울 지하철 노조와 코레일 노조의 파업전선 이탈로 민주노총 파업 동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압박 수위를 높여 파업 참가자들의 업무 복귀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6일로 예정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파업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며 강력 대응을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경찰 역시 정부와 발맞춰 노동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전국 시·도 경찰청장 화상 대책회의를 열고 “비조합원이나 업무개시 조합원 등에 대한 폭행, 협박 등 보복범죄에 대해서는 현장 체포 위주로 강력하게 대응하라”며 “운송거부 상황이 종료돼도 보복범죄 행위자는 빠짐없이 전원 사법조치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 명령 불이행자뿐만 아니라 명령 위반을 교사·방조하는 집행부 등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백소용·이희진·이우중·우상규·권구성·이강진 기자, 부산=오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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