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정유업계 물량 반출 못해 발동동
광양 제철소 등 임시야적장도 곧 포화
국토부, 명령서 송달 차주 455명 대상
업무재개 안 하면 운행정지·자격취소
공정위 조사는 노조 저지로 또 막혀
업무개시 명령 시멘트·항만은 회복세
의왕기지 등 비조합원들 복귀 잇따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12일째 이어지면서 물류 피해가 전방위로 본격화하고 있다.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항만 업종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철강·정유 업계 피해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난 4일 오후 기준 인천항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9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로 집계됐다. 이는 파업 전인 10월 일요일 하루 평균 반출입량 244TEU의 2.8배에 달하는 수치다. 인천항의 반출입량은 총파업 시작 이후 첫 일요일인 지난달 27일에는 170TEU까지 떨어졌다.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은 76.7%로 평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부산항의 경우 같은 날 기준 1만862TEU로 평시 대비 42.4%까지 회복했으며, 장치율은 평상시와 비슷한 68.3%로 파악됐다. 평택·당진항과 울산항 역시 반출입량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파업에 참여했던 화물 운송 노동자들이 차차 복귀하고 있다”면서 “파업 초기와 지난주 물동량을 비교하면 5%대에서 30% 이상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가용차량 비율은 전체 605대 중 85대로 소폭 상승했다. 파업 이후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것과 대비된다. 비조합원 운송기사들이 파업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속속 운전대를 다시 잡기로 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항만 상황은 개선됐으나 전국적으로 기름이 동난 주유소가 나오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관내 주유소 632곳 가운데 7곳의 재고량이 소진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에는 정유를 비롯해 시멘트·레미콘 공급 부족으로 건설 공사를 중단하거나 작업 대기 중인 현장도 38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지역 내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다. 김 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건설 현장 등 피해가 크다. 현재까지 피해액만 338억원 규모로 추산, 향후 피해액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삼는 불법 파업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철강 기업들은 물량을 반출하지 못해 내부에 재고를 쌓아두는 실정이다. 광양제철소는 매일 1만7000t가량을 내보내지 못하고 있다. 조만간 임시 야적장까지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포함한 전국 5개 공장에서는 하루 5만t가량의 제품 출하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포항 철강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경북 지역의 피해만 지금까지 14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는 업무개시명령 이행 여부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국토부는 화물차 기사나 운송사가 업무를 재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1차 불응시 30일 이하 운행정지, 2차 땐 화물운송자격 취소와 함께 형사처벌을 위해 고발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운송사는 44개사가 조사 대상이고, 화물차주는 지난 2일까지 명령서 우편을 수령한 191명과 문자로 명령서를 발송한 264명 등 455명이다. 정부가 추산한 집단 운송 거부 집회 참가 인원은 줄었다. 지난 3일 참가 인원은 3700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26% 감소했고, 4일 참가 인원은 2500명으로 36%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화물연대에 대한 현장조사를 다시 시도했다. 지난 2일 조합원들의 제지로 건물에 진입하지 못한 지 사흘 만이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건물과 부산 남구에 있는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에 조사관을 보냈다. 그러나 화물연대 측이 대표부 부재 등을 이유로 건물 진입을 저지했다. 부산본부 사무실도 문이 잠겨 있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제40조(부당한 공동행위 금지)와 제51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를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다.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 거부(파업 동참)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가 핵심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일 “조사 방해가 상당히 조직적으로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가 계속될 경우 공정위는 고발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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