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 지쳐버린 몸, 무얼 위해 싸워왔나, 누굴 위해 죽는 건가, 이 고통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되나요. … 왜 죽나요. 내가 왜. 보여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의미, 알려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영광, 헛된 죽음 아니란 걸 보여줘 제발, 난 거부조차 할 수 없는 존잰가요 왜!”
‘지저스(예수)’가 홀로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하나님을 향해 절규하듯 기도한다. 신의 아들로서 죄악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3년 동안 고군분투하며 복음을 전한 결과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죽음이라니.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를 장식하는 여러 곡 중 최고로 손꼽히는 이 노래 ‘겟세마네’를 듣고 있으면 지극히 인간적인 예수의 고뇌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돈을 받고 예수를 밀고한 제자 ‘유다’도 이 뮤지컬에선 예수와 애증관계인 혁명가로 그려진다. 이처럼 ‘수퍼스타’는 예수의 생애 마지막 7일을 다루면서도 주요 등장인물을 성서적 관점이 아닌 인간적 고뇌와 감정에 사로잡힌 캐릭터로 재해석한 파격적 작품이다.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부터 화제를 일으킨 ‘수퍼스타’는 대사 없이 록과 클래식, 블루스 등을 결합한 노래로만 진행되는 ‘송스루 뮤지컬’이다. 그래도 멜로디에 실린 서사가 탄탄하다. 한국에서는 브로드웨이 버전으로 2004년 첫 정식 라이선스 공연을 한 후 2006년, 2013년, 2015년 공연이 진행됐다.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수퍼스타’는 브로드웨이 초연 50주년을 기념한 7년 만의 한국어 공연이다. ‘지저스’(마이클 리·임태경), ‘유다’(한지상·윤형렬·백형훈·서은광), ‘마리아’(김보경·장은아·제이민) 등 주요 배역이 선보이는 고난도 음악과 복잡한 내면 연기, 앙상블의 격정적 군무도 공연을 풍성하게 한다. 내년 1월15일까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