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보다 정부 조정 영향 더 커
현실화율 주택 2022년 57.9%서 2023년 53.5%
고급주택 몰린 서울 강남 3구 크게 하락
한남동 이명희 자택 280억으로 8년 1위
보유세 5억5310만원→2023년 4억8090만원
여야 논의 따라 세부담 경감폭 달라질 듯
땅값 1위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2년째↓
부동산 3개 중과세법 중 마지막
2020년 도입 후 2년여 만에 완화 추진
다주택자 징벌적 규제 풀어 급락 막기
3주택까지 1~3% 부과 2가지안 저울질
세수 감소 우려하는 지자체 반발 변수
내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대폭 하락한 것은 정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 영향이 크다.
공시가격이 내려가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세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라 여야 논의 결과에 따라 세 부담 경감폭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도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변동률은 -5.92%로, 올해(10.17%)보다 16.09%포인트 낮아졌다.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5.95%로, 올해(7.34%) 대비 13.29%포인트 급락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부동산 침체에 따른 가격 변동의 영향이 아니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의 여파가 결정적이다.
지난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올해 1∼10월 누적 변동률로 보면 전국 주거용 지가는 2.47%, 단독주택 시세는 1.86% 올랐다. 대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표준지의 경우 올해 71.4%에서 내년 65.4%, 표준주택은 올해 57.9%에서 53.5%로 조정되면서 최종 공시가격은 모든 지역에서 하락했다.
표준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서울이 8.55% 내려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10.68%로 가장 크게 하락했고, 서초구(-10.58%), 송파구(-9.89%)가 뒤를 이으면서 강남 3구가 나란히 하락률 상위권을 차지했다. 용산구(-9.84%), 마포구(-9.64%), 강동구(-9.46%), 동작구(-9.38%) 등도 높은 하락률을 보였다. 이는 고가주택에 대한 현실화율이 저가주택보다 높게 책정된 영향이다.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일수록 현실화율 하향 조정에 따른 하락폭이 크기 때문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공시가격이 낮아지면서 단독주택 소유주들의 세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의 시뮬레이션 결과, 지난달 기준 시세 17억원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올해 14억3520만원에서 내년에는 12억8010만원으로 낮아진다. 1주택자로, 80%의 세액 공제를 받을 경우 보유세는 올해 372만3000원에서 내년 312만5000원으로 세 부담이 약 60만원 줄어든다.
단독주택 중 내년 공시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한남동의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주택이다. 2008년부터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11억원이었던 이 회장 주택의 공시가격은 내년 280억3000만원이 된다. 다주택자로 세액공제를 못 받는다고 가정할 때 보유세는 올해 5억5310만원에서 내년 4억8090만원으로 13.0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표준주택 중 공시가격 2위는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강남구 삼성동 단독주택으로, 내년 공시가격은 182억원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삼성그룹 호암재단 소유의 승지원이 내년 공시가격 168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표준지 중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곳은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명동)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다. 1㎡당 공시지가는 올해보다 7.9% 내린 1억7410만원이고, 전체 면적으로 따진 토지가액은 294억7513만원이다. 이 부지는 표준지는 물론 전국 모든 지역에서 20년째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지만,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명동 상권이 타격을 받으면서 2년 연속 공시지가가 하락했다.
면적당 공시지가 2위는 중구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으로 나타났다. 내년 1㎡당 공시지가는 1억727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480만원 내렸다. 그 다음으로는 과거 유니클로 명동중앙점이 있던 충무로2가 부지의 1㎡당 공시지가가 1억653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 하락으로 세 부담은 줄었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보유세 경감으로 조세 저항이 줄고 알짜 지역의 매각 압박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는 만큼 거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자 부담이 과거보다 급증했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양도세 중과 이슈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주택 취득세 8%·12% 중과 해제 검토
문재인정부 시절 8∼12%로 대폭 오른 다주택자 부동산 취득세율을 2년여 만에 낮추는 방안이 검토된다. 부동산 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를 풀어 하락세를 완화하려는 의도다.
14일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취득세 중과제도 개편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은 12%인 취득세 중과제도를 기존대로 원상복귀시키는 안을 내년 경제정책방향 과제 중 하나로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는 “정부는 현재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 중에 있으나, 취득세 중과제도에 대한 개편 여부, 방식, 추진 시기 등에 대해 아직까지 관계부처 간 논의·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어 “취득세 중과 완화는 국정과제 8번째 ‘안정적인 주거를 위한 부동산 세제 정상화’ 세부과제로서 현 정부 출범 이후 개편 여부, 시기 등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는 1주택을 취득하면 주택 가액에 따라 1~3%의 취득세(표준세율)를 내지만,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법인은 12%가 부과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1주택자가 10억원 상당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추가로 사면 취득세 8400만원(지방교육세 포함)이 부과된다. 같은 조건에 3주택 이상이면 취득세는 1억2400만원으로 뛴다.
정부의 취득세 개편 방향은 두 가지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처럼 취득가액 6억원까지 1%, 6억원 초과∼9억원 2%, 9억원 초과에 3%를 일괄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또는 2020년 7·10대책 직전처럼 개인은 3주택까지 주택 가액에 따라 1~3%, 4주택 이상은 4%, 법인은 주택 수와 상관없이 주택 가액에 따라 1~3%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부동산 취득세 중과세율 완화 의지는 분명하나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변수다. 취득세는 지방세로, 올해 부동산 거래 급락으로 내년 지자체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취득세율까지 개편되면 세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다주택자·법인 취득세 중과는 문재인정부 때인 2020년 7·10 대책에서 도입됐다. 취득세 중과세율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양도소득세 중과와 함께 문재인정부의 다주택자 중과세 3종 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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