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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발효 2년… 경제 전망 ‘먹구름’, 이민 통제는 실패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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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18 13:10:18 수정 : 2022-12-19 13: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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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성적표 받아든 영국

OECD, 2023년 GDP 성장률 -0.4% 제시
G7 중 ‘꼴찌’… G20 중엔 3번째로 낮아
“스태그플레이션 상태… 브렉시트 원인”
영국산업연맹 ‘잃어버린 10년’ 경고음

2022년 불법 이주 4만명 돌파… 역대 최다
순이민 50만명 넘어… 2021년 3배 규모
“브렉시트 잘못된 결정” 56%… 역대 최고
정치권 “EU 재가입 논쟁 30년 걸릴 수도”

새해 1월1일 만 2년을 맞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Brexit) 성적표가 초라하다. 영국은 2020년 12월 31일 오후 11시 법적으로 EU에서 탈퇴했으나 한 시간 뒤인 2021년 1월1일을 실질적 브렉시트 날로 보고 있다. 2016년 EU와 ‘헤어질 결심’에 나선 뒤 우여곡절 끝에 브렉시트한 영국은 현재 당초 찬성파 기대와 달리 경제는 혼미하고 이민통제는 실패한 모습이다.

겹쳐진 유럽연합기와 영국 국기. AP연합뉴스

◆경제 ‘잃어버린 10년’ 경고음

영국 경제전망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어둡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는 내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로 제시했다. 지난 9월 0%에서 하향 조정된 것으로 G7 중 꼴찌이자 주요 20개국(G20) 중엔 러시아(-5.6%), 스웨덴(-0.6%)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OECD는 “브렉시트 후 급격히 줄어든 영국의 기업 투자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이 지난달 전망한 영국의 내년 GDP 성장률은 -1.4%로 더 부정적이다.

G7 중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경제규모를 회복하지 못한 나라는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 분기인 2019년 4분기 대비 올해 3분기 영국 GDP는 -0.4%로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G7 평균은 2.5% 성장이다. 지난 2분기 대비 3분기 영국 GDP는 -0.2%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0.1%를 기록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이미 1분기에는 GDP 8160억달러(약 1066조원)로 과거 식민지 인도(8547억달러·1116조6000억원)에 추월당해 세계 경제 규모 5위 자리를 내줬다.

리시 수낵 총리 내각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산업계와 전문가들 시각은 다르다. 하나같이 브렉시트를 원인으로 꼽는다. 똑같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는데 유독 영국의 회복력이 다른 나라보다 느린 것은 브렉시트 탓이라는 설명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영국 경제는 이미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졌다”며 “일부 책임은 브렉시트에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은 이대로라면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토니 댄커 CBI 사무총장은 5일 영국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며, GDP가 2024년 중반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댄커 사무총장은 “GDP는 인력과 생산성이라는 요소로 이뤄져 있는데, 우리는 지금 인력도 생산성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투자 촉진과 고용률 제고를 위해서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인에게 까다로워진 취업비자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글로벌 산업계에서 노동시장으로서 영국의 매력도도 떨어지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8일 발표한 조사(경영자 5000명 대상)에 따르면 영국의 인재 경쟁력 순위는 63개국 중 28위에 올랐다. 이는 1년 전보다 7계단이나 하락한 순위다. IMD 산하 세계경쟁력센터 아르투로 브리스 소장은 “영국은 최근 몇 년간의 정치적 격랑과 시장 혼란을 수습하고, 쇄신하지 않는 한 필요한 인재를 유치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장 해법이 없는 영국으로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했다.

◆불법 입국 급증… 올해 역대 최다

불법 이민 감소는 브렉시트 찬성의 주요 논거였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등은 브렉시트가 국경의 통제권을 되찾게 해 결과적으로 불법 이민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찬성론의 낙관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영불해협을 건너 영국에 유입된 불법 이주민은 지난달 20일 4만명을 돌파해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년간 2만8526명이 영불해협을 건너 불법 이주한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급증한 규모다.

영국 내무부는 난민 신청자의 숙소 비용이 지난달 기준 하루 700만파운드(112억원)에 달한다며 영불해협을 통한 불법 입국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지난 2월만 해도 일일 500만파운드(80억원)였던 비용이 몇 달 사이 700만파운드가 된 것이다. 앞으로 이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결국 지난달 14일 프랑스 정부와 대책 마련에 합의했다. 영국이 프랑스에 지급하는 프랑스 북부 해안 순찰비를 현재 연 5500만파운드(852억6000만원)에서 6300만파운드(977억원)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불법 이민자를 제외한 이민(순이민)도 대폭 늘었다. 지난달 영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순이민은 5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7만3000명의 약 3배 규모다.

영국 통계청은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로 영국을 떠났던 학생 등이 돌아오면서 순이주 규모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전쟁을 피해 떠나온 우크라이나 국민과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피해 온 홍콩 국민도 각각 8만9000명, 7만6000명으로 큰 규모를 차지했다. 통계청은 “일련의 세계적 사건이 영국 이주에 영향을 미쳤다”며 “종합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EU 재가입, 아직 여론은 관망

브렉시트의 낙제점 결과로 실망한 국민이 늘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 결과, ‘브렉시트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5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비율은 32%에 그쳤다.

 

영국인은 EU 탈퇴를 후회하면서도 재가입 전망은 밝지 않게 보고 있다. 브렉시트 과정 때처럼 EU 재가입 논의 시 반복될 국가적 갈등에 지쳐버린 듯하다. 지난 10월 컨설팅 업체 레드필드앤윌튼스트래티지스 조사에 따르면 영국이 향후 10년 이내에 EU에 재가입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또 EU가 영국의 재가입을 환영할 것이라고 보는 영국인도 35%에 그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를 후회하면서도, 브렉시트 논쟁을 다시 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고 풀이했다.

영국 정치권에서 브렉시트가 커다란 숙제임에도 비인기 의제가 된 배경이다. 여당 보수당뿐 아니라 브렉시트를 반대한 노동당 등 야당도 마찬가지다. 2019년까지 브렉시트 재투표 운동을 주도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난달 CBI 연설에서 브렉시트를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FT는 “브렉시트 재가입을 입에 올리는 것은 노동당이나 친EU 성향인 (야당) 자유민주당에 내년 선거 전략으로는 좋지 않다”며 2024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러시아와 중국이 적으로 부상하면서 EU와 관계는 우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브렉시트 실패가 EU 재가입 논쟁까지 이어지려면 한 세대(30년)가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존스 전 브렉시트부 차관은 “브렉시트는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EU 재가입을 위해서는) 국민적 대화는 물론 국민투표, EU와 협상도 필요한데, 두 거대 정당(보수당과 노동당) 중 누가 그 과정을 이끌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보수당 소속 도미니크 그리브 전 법무장관은 “한 세대보다는 더 빨리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며 “브렉시트 논쟁은 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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