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가지수 전월비 5.2% 하락
수요부진에 석탄·석유품 하락률 커
수입물가는 -5.3%… 3개월 만에 ↓
3분기 기업 수익·재무안정성 악화
원·달러 환율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지난달 수출입물가가 동반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화학 등 주력 수출 제품에 대한 수요 부진으로 수출제품의 전반적인 가격 수준은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잠정치)는 125.82(2015=100)로, 10월(132.74)보다 5.2% 낮아졌다. 석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전월 대비 하락 폭도 2009년 4월(-6.1%)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다만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8.6%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10월과 비교해 공산품 중 석탄·석유제품(-8.0%), 화학제품(-6.9%) 등의 하락률이 높았다. 세부 품목에서는 경유(-10.3%), 제트유(-12.1%),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21.2%), 시스템반도체(-6.6%), D램(-4.4%) 등의 가격이 뚜렷하게 낮아졌다.
11월 수입물가지수는 10월(156.30)보다 5.3% 낮은 148.07로 집계됐다. 역시 3개월 만의 뒷걸음이지만, 1년 전보다는 14.2% 올랐다.
주로 원유 등 광산품(-8.2%), 화학제품(-4.6%), 석탄·석유제품(-4.5%) 등이 수입 물가를 끌어내렸다. 특히 국제유가가 10월 평균 91.16달러(두바이유·배럴당)에서 11월 86.26달러로 5.4% 떨어진 영향이 컸다. 세부 품목 가운데 제트유(-17.9%), 경유(-10.6%), 쇠고기(-9.6%), 원유(-9.5%) 등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하락했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출물가는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 하락,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진 등 때문에 석탄·석유제품, 화학제품,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 제품의 가격이 내렸다”며 “수입물가 역시 환율과 유가가 떨어지면서 원유 등 광산품,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올해 3분기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이 1년 전보다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2022년 3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1042개(제조업 1만858개·비제조업 1만184개)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17.5% 증가했다. 증가폭은 2분기(20.5%)보다 축소됐다.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2분기 22.2%에서 3분기 18.2%로, 비제조업은 2분기 18.2%에서 16.7%로 떨어졌다. 제조업 중에서는 금속제품(22.4%→9.0%)과 기계·전기전자(17.5%→7.2%) 등의 하락폭이 컸고, 비제조업은 운수(35.9%→25.8%), 건설(17.5%→10.0%) 등을 중심으로 떨어졌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기업들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률(4.8%)과 세전 순이익률(5.0%) 모두 지난해 3분기(7.5%, 8.4%)보다 3%포인트 안팎 하락했다. 비제조업(5.1%→4.0%)보다 제조업(9.6%→5.4%)의 영업이익률이 더 많이 떨어졌고, 세부 업종 중에서는 금속제품(11.1%→4.5% ), 기계·전기전자(13.9%→8.7%), 전기·가스(-2.0%→-16.6%)의 수익성이 1년 사이 크게 나빠졌다. 다만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음식·숙박 업종 등 서비스업의 경영 상황이 개선되면서 중소기업 영업이익률은 5.0%에서 5.4%로 소폭 높아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