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대설주의보가 해제됐다. 제주도는 이틀간 꽉 막혔던 항공편이 슬슬 정상화하고 있다.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크리스마스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할까 걱정했던 이들은 시름을 덜게 됐다. 다만 기록적인 한파로 차량 고립과 낙상 사고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7시 기준 제주 한라산 사제비(산지)에 92.4㎝의 눈이 쌓였다. 전남 복흥(순창)엔 58.7㎝, 광주 35.8㎝, 전북 태인(정읍) 33.5㎝, 충남서천 28㎝의 신적설량(하루 동안 새로 쌓인 눈의 양)을 기록했다.
최고 36㎝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광주에서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낙상 66건과 교통사고 13건, 수도관 동파 1건 등 128건의 폭설 관련 사고가 119에 접수됐다. 광주엔 이날 오전 대설특보가 해제될 때까지 사흘 동안 눈이 최고로 쌓였을 때를 의미하는 최심 적설량이 40㎝를 기록했는데, 이는 기상청이 적설량을 관측한 1939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치다.
시설물 피해도 잇따라 발생했다. 전남에서 시설하우스 40동(담양 31동, 곡성 3동, 보성 1동, 화순 2동, 영광 3동), 축사 9동(담양 3동, 보성 1동, 함평 4동, 화순 1동)이 폭설과 강풍에 파손됐다.
밤새 쌓인 눈으로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차량이 움직이지 못해 고립되는 사고도 곳곳에서 속출했다. 전날 오후 6시52분쯤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에서 차량 2대가 눈길에 고립돼 소방대원들이 안전조치했다. 비슷한 시각 천안 동남구 목천읍 한 산간 도로에서는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간 뒤 멈춰섰다.
이날 오전 2시5분에는 태안군 안면읍 한 도로에서 “빙판길에 차량이 한 시간째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긴급 제설작업을 벌여 운전자 1명을 안전 조치하는 등 충남에서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7건의차량 고립 신고가 접수됐다.
강원 평창에서는 전날 진부면 봉산리의 한 마을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해 38명의 주민이 영하 20도의 강추위에 떨어야 했다.
지난 22일 오후부터 전날까지 사실상 항공 운행이 마비됐던 제주공항은 이날 오전부터 정상화에 돌입했다. 강풍으로 인해 결항과 지연이 잦긴 하지만, 지난 22일과 전날에 비하면 수월한 모습이다. 이날 제주공항은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카페와 식당 등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지난 22일부터 제주를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 3만명의 관광객들은 25일까지 대부분 육지로 돌아갈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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