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사 사무실 등 20여곳 대상
최문순 前 지사 주거지도 포함
남북교류협력 자료 등 확보 나서
李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도 연루
관련자 조사 뒤 수사 확대 관측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7일 KH그룹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불법 대북송금에 대한 조사도 동시에 이뤄지면서 검찰 수사가 KH그룹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까지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와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이날 합동으로 KH그룹 관계사 사무실과 관계자 주거지 등 20여곳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입찰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강원도개발공사와 최 전 지사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KH그룹은 지난해 6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공개 입찰에서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가 갖고 있던 알펜시아 리조트 시설을 7115억원에 낙찰받았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두 기업이 모두 KH그룹 계열사로 드러나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가 알펜시아 리조트의 자산 가치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1조6325억원을 들여 평창군 대관령면 일원 491만㎡ 부지에 리조트를 조성하고 7000억원대에 ‘헐값’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강원도와 KH그룹은 “정상적인 매각 체결”이라며 관련 혐의를 부인해왔다. 경찰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최 전 지사와 강원도청 공무원, KH그룹 관계자 등 3명을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KH그룹이 알펜시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했는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펜시아의 경영권을 바로 외국계 자본에 넘기는 조건으로 돈을 마련해 이를 입찰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은 이날 KH그룹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서류와 남북교류협력사업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은 2019년 1월 계열사 등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64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72억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한 뒤 북측에 건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KH그룹이 대북 경협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쌍방울의 송금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당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중국 선양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남북 경협 사업을 합의한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며 입찰방해 혐의로 지명수배가 내려졌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KH그룹 관계자는 “성실하게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KH그룹은 쌍방울과 함께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검찰은 쌍방울이 수백억원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의 일부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로 쓰였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쌍방울과 KH그룹 사이 수상한 자금 거래가 많았던 만큼 KH그룹에 대한 조사가 필연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변호사비 대납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도 지난 8월 KH그룹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두 기업은 상대 회사의 수십억원 규모의 CB를 매수하는 방식 등으로 자금거래를 해왔는데, 이런 거래가 가능한 배경으로는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의 각별한 친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배 회장은 김 전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벌인 주가조작의 공범으로 함께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다. 두 그룹은 지난 4월 쌍용차를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주요 관련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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