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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원 1명이 200건 담당… 진실규명 속도 못내는 진실화해위

입력 : 2022-12-28 19:20:00 수정 : 2022-12-28 19: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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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2만건 규명 접수… 1기 때 2배
조사인력 95명… 활동기간도 촉박
베트남전 납북포로 총살 사건 등
1500건 조사 여부조차 결정 못해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출범 이후 접수된 진실규명 신청 건수가 2만건을 넘어선 가운데, 조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호 사건’인 베트남전 국군포로 고(故) 안학수 하사 사건을 포함해 아직 1500건가량은 조사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1기에 비해 신청 건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조사 인력이 부족해 조사관 1명이 200건 이상의 사건을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의문사 진상규명 촉구 7차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28일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2020년 12월부터 지난 9일까지 진실규명 신청은 2만92건에 이른다. 1기 접수 결과인 1만860건과 비교해 1만건 가까이 늘어났다. 유형별로는 군경에 의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이 9957건(49.6)으로 가장 많았다. 인민군 등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 3885건(19.3), 권위주의 시기 인권침해 사건 3352건(16.7) 등이 뒤를 이었다.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비중은 1기 당시 73.0에서 49.6로 크게 줄었지만, 인권침해 사건 비중은 5.6에서 16.7로 늘었다.

진실화해위는 올해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주요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과를 내놓는 등 일부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진척이 없는 사건도 상당수다. 이날 기준으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사건이 1489건에 달한다.

대표적인 예가 안 하사 사건이다. 안 하사의 유족들은 2기 진실화해위 출범 당일 “납치 시점과 경위 등을 밝혀달라”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같은 날 접수된 ‘1호 사건’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지난 8월 진실규명이 결정됐지만 안 하사 사건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토 중인 상황이다.

1964년 베트남에 파병된 안 하사는 1966년 사이공(현 호찌민)으로 외출했다가 실종됐다. 이듬해 안 하사가 북한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정부는 안 하사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1976년 귀순한 남파 공작원이 “안 하사가 북한을 탈출하려다가 체포돼 총살형을 당했다”고 진술했음에도 정부는 안 하사의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009년에서야 통일부는 안 하사를 ‘납북자’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안 하사 사건의 경우 담당 조사관이 몇 차례 바뀌었다”며 “쟁점이 많기 때문에 현재는 사안을 분리해 담당 조직을 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진실화해위 조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기준으로 진실화해위가 과거사 조사 업무를 위해 채용한 별정직·전문임기제는 95명이다. 접수된 사건이 2만92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사원 1명이 211건가량을 맡고 있는 셈이다. 1년 이내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지만, 활동 기간 또한 2024년 5월까지로 촉박하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이날 한국전쟁 전후에 경남 거제시와 전남 영암군에서 군경이 민간인을 집단학살했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전후인 1949년 4월~1950년 6월 국군 제16연대와 호림부대, 거제경찰서 소속 군경은 주민 14명을 좌익활동 또는 좌익활동에 협조했다며 살해했다. 경찰은 1950년 10월 영암군에서도 북한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했던 사람이나 부역자 가족을 색출한다며 민간인 22명을 총살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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