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자들도 불만 여론…21대 줄줄이 부결
향후 관심,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시도
국회 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의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하면서 여론의 역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예행연습과 방탄정당이라는 여당의 지적에 민주당 지지층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에서부터 쌍방울 그룹과 관련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체포동의안 방탄 정국이 되풀이될 경우 민심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여당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노 의원 체포동의안은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돼야 가결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원 자유 투표에 맡겼고, 정의당은 당론으로 찬성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결과적으로 노 의원에 대한 체포통의안은 부결됐고, 169석이라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자충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염두에 두더라도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의 경우 국민적 비판을 의식해 가결해야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의원은 “대선 전후부터 이어져 온 이 대표의 사안의 경우 정치적 탄압이라는 국민의 인식이 있지만 노 의원의 경우 검찰 조사를 통해 뇌물수수 관련 증거가 나온 상황이라 다른 측면이 있다”며 “부결한 게 과연 옳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노 의원이 지난 2020년 사업가 박모씨 측으로부터 지방국세청장의 보직인사 및 한국동서발전 임원 승진인사에 관한 청탁 등 각종 청탁 명목으로 약 6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의원 측은 “검찰이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범법자로 몰아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국회의원의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구속 사유가 명백함에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결과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사법적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 정도로 증거가 수집된 경우에서 일반인이라면 구속영장까지 발부될 사안이다. 국회의원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체포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표결 당시 본회의에서 “노 의원이 청탁을 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는 파일이 있다”며 수사의 정당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은 예외 없이 가결됐다는 점에서 여론의 눈초리는 따갑다. 21대 국회에서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됐다.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지금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것은 역대 총 65번인데, 이중 가결과 부결은 각각 16건(24%)이다. 나머지 33건은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여론 조사를 보면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부정적 민심을 확인할 수 있다. 넥스트리서치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전국 성인 최종 1005명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유선전화 RDD 13% 무선 휴대전화 가상번호 87% 면접방식·응답률 14.4%·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헌법상 불체포특권을 남용한 부적절한 결정이란 응답이 58.4%로 나타났다. 반면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이란 응답은 24.2%에 그쳤다.
특히 응답자를 지지정당별로 보면 민주당 지지층(228명)에서도 적절·부적절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결정이 44.1%로 더 많았지만 부적절한 결정 응답도 41.7%로 오차범위 내로 많았다. 지역별로 민주당 지지세가 뚜렷한 호남권(광주/전라·97명)에서 조차도 적절 의견(35.1%)보다 부적절 의견(47.1%)이 더 많았다.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은 이번 회기에 노 의원을 체포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 달 9일 종료된다. 국회의 높은 문턱을 실감한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그다지 쓸모 없는 카드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보다는 이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으로 눈길이 쏠린다. 현재 검찰과 이 대표는 소환일정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이 대표 측에 1월 10~12일 중 가능한 날을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표 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출석하라고 이 대표에게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8일은 정해진 일정이 있고 당장 가기는 어렵다며 해당 일정엔 출석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에 검찰은 1월 첫째 주로 출석을 제안했으나 이 대표 측은 신년 행사 등 일정이 있어 1월 첫째 주는 도저히 출석이 불가능하다며 1월 둘째 주에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출석하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고강도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미 네이버와 차병원 등 일부 기업과 성남시 간의 후원 및 민원처리에 대한 부적절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2015∼2016년 성남FC에 39억원을 후원했는데, 검찰은 그 대가로 제2사옥 용적률 상향 및 분당수서도시고속화도로 직접 진출입로 설치 등 네이버의 민원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분당차병원은 2015∼2017년 성남FC에 33억원을 후원했는데, 이후 성남시가 분당차병원 부지의 기준용적률을 200∼250%에서 460%로 상향하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성남FC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가 수사 중인 대장동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소환 조사가 끝난 뒤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방탄정당이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한 민주당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사실상 이번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과정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사전연습에 지나지 않았다”며 “민심이 등을 돌리는 한이 있어도 이 대표를 지키겠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 아니겠느냐”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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