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이 심야에 진행한 2022년 송년 해넘이 행사에 청소년들을 동원해 빈축을 사고 있다.
2일 함양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10분쯤 함양읍 백연리 군민의종 종각에서 ‘제야의 종’ 타종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는 군이 주최하고 함양연꽃라이온스클럽이 주관했으며, 지역 기관·단체장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식전공연으로 진행한 풍물패의 사물놀이로 흥이 더해졌다.
하지만 자정쯤 청소년 댄스팀이 무대에 오르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게 일부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함양지역 고등학생 8명으로 이뤄진 이들은 3팀으로 나눠 10여분간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군은 행사 주관사에 보조금으로 군비 400만원을 지원했으며, 주관사 사업계획서에 따라 행사 공연비는 주관사가 자부담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군민은 “행사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심야 행사에 굳이 학생들을 무대에 세우는 것이 맞는지는 주최 측에서 고민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도내 다른 지역에서 열린 행사는 함양군과 달리 심야에 청소년을 동원하지 않았다.
합천군도 지역에서 타종 행사를 진행하면서 어린이 풍물단 공연을 마련했다. 이들의 공연 시간은 오후 9시로 논란을 비켜 갔다.
또 거제시 장승포 수변공원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오후 5시쯤 첫 일정으로 청소년 댄스팀이 무대에 올랐다.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따라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활동이 제한된다.
15세 이상 청소년이 제한 시간에 활동을 하려면 친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미성년자가 이 시간대에 일을 하기 위해서도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도내 한 노동 분야 기관 관계자는 “무대에 오른 청소년들에게 공연비가 지급됐다면 이는 근로관계가 형성돼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며 “늦은 시간에 청소년들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부모 동의는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들이 미성년인 점을 감안하면 무엇보다 ‘부모 동의’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행사를 주최한 군은 이런 절차가 이뤄졌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행사 주관 단체에서 학생들을 직접 섭외했는데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섭외에 도움을 준 교사 등을 통해 부모 동의 과정을 거쳤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관계자는 “학생들 부모도 다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함양군 노동 현안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대해 행사 주최·주관사를 통해 자세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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