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미술 대표 작가 김구림·이강소 등
5~7월 서울 현대미술관서 100점 소개
5월부터 ‘1세대 화상’ 박주환 특별전
장욱진·김환기 등 근대작가 회고전도
호퍼·카텔란… 해외 거장 전시도 속속
성능경·이우환 등 화랑가 야심작 다채
2023년은 한국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기념비적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 전이 한국과 미국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술시장 활황의 열기는 급격히 꺼지는 분위기지만, 미술 애호 인구가 늘어나고 K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증가한 만큼, 한국 미술사를 쓰는 이번 전시 역시 큰 주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올해 미술계에는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에드위드 호퍼 개인전,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한국 추상미술 거장 김환기, 한국 대표 근대미술가 장욱진 회고전 등이 예정돼 있어 관람객 발길을 당길 전망이다.
◆실험미술 작가들 꽃피우는 한 해
한국 실험미술은 김구림, 이강소, 이승택, 정강자 등 1960∼70년대 전위 미술 운동을 이끌었던 미술가 조류를 일컫는다. ‘단색화’로 불리는 한국 단색조 추상회화 이후에 한국을 대표할 또 하나의 세계적 미술 브랜드로 자리 잡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 전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국내외 큰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으로 추진되다 1년 미뤄져 올해 열리게 됐다. 뉴욕뿐 아니라 서부 대형 미술관에도 순회전 형태로 열 계획이 추가되면서 전시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오는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개최될 예정으로 약 10명 대표 작가가 한국 전위미술의 정신을 펼치게 된다.
미술계 기대를 모은 전시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은 국내 관람객들에게 희소식이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는 구겐하임 전시에 앞서 오는 5∼7월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연다. 미술관 소장품 및 자료 40점, 작가들의 작품 약 100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구겐하임 전시의 확장판 격으로 더 많은 작가들을 포괄해 한국 실험 미술의 역사를 폭넓고 꼼꼼하게 조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월부터 내년 1월까지 한국 실험미술 일원 중 한 명인 김구림 작가의 개인전도 열려 실험 미술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높이는 움직임에 합류한다.
◆한국 근대미술 꾸준한 관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예정된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은 2020년 이건희 컬렉션 기증이 일으켰던 대규모 기증과 특별전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는 전시로 기대된다. 동산 박주환(1929∼2020)은 동산방 화랑 설립자로 대표적인 한국 1세대 화상이다. 2020년 작고 후 유족이 200여 점을 기증했다. 이 가운데 대표작을 선정해 오는 5∼10월 특별전 형태로 선보인다.
한국 근대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해온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는 오는 7∼10월 열리는 장욱진(1918∼1990) 회고전이 기대된다. 장욱진은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정서를 구현했던 대표적 작가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여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이 4∼7월 여는 김환기 회고전도 기대된다.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를 연 김환기 작품은 최근 다양한 개인전, 단체전에서 수차례 소개된 바 있다. 김환기 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글로벌세아그룹의 S2A갤러리 등에서 김환기 전시를 많이 열어 관람객에게 익숙하다. 그런 김환기를 호암미술관이라면 어떤 식으로 조명할지 호기심이 인다.
◆해외 거장전 줄이어
해외 거장과 인기 작가들의 국내 전시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세계적 명화를 소개하는 걸작전을 지속하는 차원으로 4월 서울 중구 서소문본관에서 ‘에드워드 호퍼:길 위에서’를 연다. 2019년 데이비드 호크니, 2021년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 이어 서울시립미술관이 해외 주요 미술관과 소장품 교류를 통해 구현하는 걸작전이라는 설명이다. 20세기 현대미술사의 주요 작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약 150점을 선보인다. 2019년부터 서울시립미술관과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이 협의를 시작해 선보이는 공동 기획 전시로, 휘트니미술관에서는 이미 뉴욕 버전의 전시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이 상반기 기획전으로 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도 기대되는 전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동시대 미술계에서 가장 논쟁적 작가이자 미술계 악동이라고도 불린다. 블랙유머와 통찰력으로 삶, 죽음, 소외, 고통, 불안 등을 다룬다. ‘마르셀 뒤샹의 적자’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개인전이자, 2011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벌인 회고전 이후 최대규모로 준비되고 있다. 이달 31일 시작해 7월까지 일정으로, 1990년대부터 최근작까지, 조각, 설치, 벽화 등 주요 작품을 총망라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랑가는 수준 높인 야심작 준비
주요 대형 갤러리가 모인 서울 종로구 삼청동 화랑가도 한층 보는 눈이 높아진 관람객과 미술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야심 찬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현대는 국제적 미술행사인 아트페어 키아프·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9월에 사라 모리스, 라이언 갠더, 성능경의 개인전을 세 군데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사라 모리스는 도시의 건축과 환경을 심리학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 세계를, 라이언 갠더는 개념미술가로서 사회 다양한 가치관에 대해 질문하는 작업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라이언 갠더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도 소개할 예정이다. 성능경 역시 1970년대부터 한국 실험미술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 개념미술가다.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화랑가에서 펼쳐질 또 다른 실험미술 작가 전시로 기대된다.
국제갤러리는 4월 모빌 조각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와 이우환이 함께하는 2인전을 특별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두 거장이 시대를 관통해 사람들에게 남긴 영감, 혁신성을 조명한다는 계획이다. 아니쉬 카푸어 개인전도 9월에 열린다. 2016년에 이어 7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개인전으로, 유화를 활용한 신작과 블랙 조각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초 첫 전시에서 묵직한 미술사 화두를 던져온 학고재 갤러리는 오는 18일부터 2월까지 ‘의금상경’ 전을 연다. ‘의금상경’은 ‘비단옷 위에 삼베옷을 입는다’는 뜻이다. 실력이 화려해도 기량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며 풍기는 응축된 미학이 동아시아 예술과 단색화 등 우리 현대미술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이를 보여주는 다양한 작가를 소개하는 그룹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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