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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 대다수 2030… "미래 계획 물거품" 울분

입력 : 2023-01-10 19:01:42 수정 : 2023-01-10 19: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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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전세사기 피해자 2차 간담회’ 가보니

보증보험 미가입 피해자들 성토
“피해 보상 진행조차 안돼 답답”

정부 “피해회복 정부 차원 노력”
긴급대출·임시거처 마련 등 추진
경찰 범죄 배후 세력 추적 강화

“경매로 집을 낙찰받더라도 살고 싶지 않은 곳에서 살아야 하잖아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1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국토교통부 주재로 열린 전세사기 피해자 2차 설명회. 이곳에서 만난 이지성(가명·28)씨는 미래를 위해 준비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게 무엇보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2020년 서울 강북구에 1억7500만원짜리 빌라를 전세로 얻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 하늘 아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이듬해 5월 집주인이 사라졌다. 그때서야 전세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집주인은 수도권에 빌라 1139채를 무자본으로 집중 매매해 원조 ‘빌라왕’이라 불렸던 김모(43)씨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사망했다.

정덕기 국토교통부 임대차지원팀 과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전세사기 피해 지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는 “청약을 넣으며 미래를 설계했는데 이젠 미래를 (현실에)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니 상심이 크다”며 “소송을 진행하면서 취업준비를 한 탓에 심리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최근엔 가고 싶었던 금융회사 최종면접에서도 떨어졌다”고 눈물을 훔쳤다.

국토부는 이날 설명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액이 1조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국토부 공덕기 피해지원팀장은 “피해자는 주로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30대 이하가 많고, 수도권과 다세대주택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설명회엔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다. 국토부 이원재 1차관은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주거 안정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범정부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국토부는 보험에 가입한 이들이 돈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담심사팀을 만들었다. 임대인이 사망한 경우에도 돈을 쉽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법무부와 개선 방안을 마련해 간소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피해자를 위해선 전세대출 연장 등 조치를 실시 중이다. 경매 등으로 머물 곳이 없는 이들에게 긴급자금대출을 해주고 임시 거처를 마련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위험 매물 등을 미리 알 수 있게 하는 ‘안심전세’(가칭) 애플리케이션(앱)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아달라고 읍소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2억7000만원 전셋집에 입주했다 그대로 발이 묶여 있는 강대은(34)씨는 “피해보상 절차가 진행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며 “사망한 임대인의 체납을 왜 죄 없는 임차인들이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기관은 전세사기 피의자 검거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해 지난 1일까지 884명(399건)을 검거했다. 이 중 83명은 구속했다. 경찰은 현재 검거한 884명 외에도 1373명(378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광범위한 전세사기 범죄에 배후가 있다고 판단해 배후 세력도 적극 추적해 속속 검거하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최근 사망한 40대 빌라왕 정모씨와 관련해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분양 컨설팅업체를 입건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도 지난달 31일 관악구·구로구 지역 전세사기의 배후로 지목된 60대 남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 관련 전세사기 피해자는 현재 알려진 인원만 47명으로 피해액은 38억원에 이른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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