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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음란한 행실’ 논란 해인사 주지 직무 정지…현응스님 개인 징계는 별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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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03 18:52:09 수정 : 2023-02-03 20: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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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은 3일 해인사 주지인 현응스님의 계율 위반 의혹을 다루는 중앙징계위원회를 열어 주지로서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조계종은 현응스님의 범계(犯戒·계율을 어김) 논란이 종무원의 본분에 벗어난 행위이며, 종무원으로서의 위신을 심각하게 실추시킨 것이라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특히 그의 계율 위반 의혹이 ‘음행(淫行·음란한 행실)’이라고 지목했다. 현응스님이 상급 기관에 보고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복무지를 이탈한 것도 징계 사유로 판단했다. 본사 주지로서 대중(승려와 신도)을 보호하고 청정기풍을 유지할 의무를 내팽개쳤다는 것이다. 이날 징계위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과 재적 징계위원 6명 전원이 참석했고, 출석 요구를 받은 현응스님은 연락두절 상태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써 조계종은 현응스님을 둘러싼 의혹이 불교계 안팎으로 확산한 지 약 한 달 만에 당사자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뉴시스

조계종 관계자는 “오늘 징계위는 (현응스님의) ‘주지직’에 대한 징계를 한 것이고, 개인에 대한 징계는 진행 중인 호법부 조사를 통해 별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혹은 현응스님이 임기를 8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지난달 12일 자로 해인사 주지에서 물러난다는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표면화했다. 이와 동시에 불교계 안팎의 귀를 의심케 하는 추문과 해인사 내 폭력 사태 등 볼썽사나운 장면이 잇따라 불거졌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을 지낸 성공스님을 공동대표로 하는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응스님이 “모 비구니 스님과 속복(속세의 옷) 착용으로 여법(如法·불법과 이치에 합당함)하지 못한 장소에서 노출되는 등 문제가 확산하자 사직서를 제출한 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지난달 16일 해인총림은 중요 의사 결정 기구인 임회(林會)를 열어 현응스님에 대해 계율을 어긴 승려를 절에서 내쫓는 ‘산문출송(山門黜送)’을 결정했다. 또 차기 주지로 원타스님을 추천하기로 했는데 반대하는 일부 승려와 해인사 관계자가 물리적으로 충돌하면서 종무원 1명이 다치기도 했다.

성추문 의혹을 받는 해인사 전 주지 현응스님에 대한 중앙징계위원회가 열리는 3일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 앞에서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스님들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해인사 중진 승려들이 안거(安居·외출하지 않고 수련하는 기간) 중에 사복을 입고 국내 외에서 골프를 쳤다는 의혹도 터져나왔다. 

 

사태 수습 방식을 놓고 해인사와 조계종 총무원 간 갈등 양상도 빚어졌다. 총무원은 호법부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직 처리와 후임자 임명을 보류했다.

 

해인사 측은 사직서를 낸 즉시 효력이 발생하니 후임 임명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반발하다 지난달 30일 차기 주지 추천을 철회했다.

 

불교계에서는 일련의 사건이 개인의 계율 위반을 넘어 종단 내 헤게모니 다툼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해석도 나왔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현응은 대리인을 내세워 차기 주지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전 총무원장(자승스님)을 비롯하여 선각 해인사 전 주지 등은 이번 사태를 빌미로 해인사를 장악하려 한다는 소문이 벌써 파다하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지난 1일 경남 합천군 법보종찰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승려가 참회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해인사는 성추문 의혹 등 사찰 안팎으로 각종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평화불교연대는 비대위 배후에 자승 전 총무원장이 있다는 설(說)을 거론하고서 “비대위의 연이은 폭로 또한 순수하게 쇄신과 정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해인사를 손에 넣기 위한 술책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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