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헬기 항법장치·전파방해 기술 등
中 방산업체, 러 국영 방산업체에 수출
군사용 드론도 일부 직접 납품하기도
홍콩紙 “러 반도체 40% 中·홍콩서 반입”
중국이 군수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에서 입수한 지난해 4∼10월 러시아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국영 방산업체들은 항법장비, 전파방해 기술, 전투기 부품 등을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에 수출해왔다.
중국 국영 방산업체 폴리테크놀로지는 지난해 8월31일 러시아 국영 군사장비업체 JSC로소보넥스포트에 M-17 군용헬기 항법장치를 수출했으며, 같은 달 중국 푸젠 나난 바오펑 전자도 JSC로소보넥스포트에 장갑차용 안테나를 수출했다.
10월24일에는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 AVIC가 러시아 방산업체 로스텍의 자회사에 120만달러(약 15억원)에 달하는 러시아 다목적 전투기 Su-35 부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중국 시노전자는 지난해 4∼10월 1300건, 200만달러 이상의 물품을 러시아에 공급했다.
또 중국 DJI의 드론이 러시아로 선적됐으며 일부는 중국에서 러시아로 직접 납품됐고, 일부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해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드론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파악한 뒤 포격을 조준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DJI는 지난해 4월 회사가 드론의 군사적 사용을 반대하고 러시아에서의 운영을 중단했다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외의 국가나 지역에서 구매한 뒤 해당 국가로 운송하는 행위를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WSJ는 이런 품목들은 중국이 러시아에 수출한 ‘이중 용도 상품’ 수만 종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중 용도 상품은 군사적 용도로 바꿀 수 있는 상품을 가리키는 말로, 현대전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군사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국내 생산 능력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지만 반도체 등 이중 용도 상품의 경우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반도체의 대러시아 수출 규모는 지난해 2월 서방의 첫 제재 부과 이후 절반 이하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수개월 만에 기존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도움이 컸다. 이 기간 중국과 홍콩이 러시아가 수입한 반도체 물량의 40%를 보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들어 러시아와 관계 강화에 부쩍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는 마자오쉬(馬朝旭) 부부장이 2∼3일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회담 뒤 양국 간 정치적 상호 신뢰를 계속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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