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물가 자극·건전재정 기조와 어긋나
관계자 “중산층 지원 여러 방향 검토 중”
올 겨울 난방비 부담이 서민층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이어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 대상을 넓히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중산층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리면서다. 하지만 수혜 계층이 넓은 중산층까지 지원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하고 이는 물가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되는 만큼 직접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각종 요금 할인 대상을 넓히는 방안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검토될 것이란 관측이다.
6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중산층 난방비 지원 여부와 세부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정부는 북극발 한파로 난방비 폭탄이 현실화하자 지난달 26일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117만6000가구)의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을 30만4000원으로 높이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 160만 가구에 가스요금을 할인해주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이달 1일 모든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가스요금 할인을 통해 최대 59만2000원을 지원하는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지원 범위가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주문 중 하나인 ‘중산층’ 지원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중산층 지원의 경우, 수혜 대상이 넓고 이에 따라 대규모 정부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재정 당국은 지원 방식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처분가능소득 기준 중위소득 50~150% 비중은 지난 2021년 기준 61.1%였다. 중위소득 50~150%는 통계청에서 주로 활용하는 중산층 기준이다. 10가구 중 6가구 정도가 중산층에 포함되는 셈이다.
현재 정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기존 예산(800억원)에 예비비 1000억원을 더해 1800억원을 투입했는데,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 대상을 넓힐 경우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추경 편성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지난달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2%로 나타나 물가불안이 여전한 만큼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돈을 푸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경제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정부가 올해부터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겠다고 천명한 만큼 추경 편성은 정책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는 일단 중산층보다는 서민에 집중해 난방비 대책을 집행하는 것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가 재정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난방비를 지원하는 방식은 열려있다는 예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급자를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높이고, 차상위 계층에는 요금 할인을 했는데 그 위에 있는 중산층에 재정으로 직접 지원하는 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면서 “어떤 방식으로 중산층 지원을 해야 할지 여러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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