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같은 팀에서 또 제안이 오지 않는다“
축구선수 황금기를 유럽에서 보낸 유럽파 박주호(36·수원FC)가 국내파 후배들을 향해 “나갈 기회가 있을 때 (유럽을) 경험해보면 축구를 접하는 시선 자체가 달라진다”라고 조언했다.
지난 7일 제주 서귀포 빠레브호텔에서 진행된 ‘2023 K리그 동계 전지 훈련 미디어 캠프’를 찾은 박주호는 “선수라면 도전은 당연한 것이고 돈에 연연하지 말고 무조건 나가라”고 말했다.
박주호는 “내가 스무 살 때는 유럽 진출이라는 꿈 자체가 없었는데 유럽에서 뛰는 선배들을 많이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유럽파 선수들을 보며 초등학생도 유럽에서 뛰는 꿈을 꾼다. 나도 일본에 있으면서 유럽 진출을 꿈꿨다”며 “구단들도 배려해야 한다. 내년에 같은 팀에서 또 제안이 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주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일본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었다.
이후 박주호는 스위스 리그를 거쳐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했다. 그는 “선수도 유럽에 적응할 기간이 필요하다. 중소리그도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며 “영국 축구를 많이 보고, 또 대중화된 빅 클럽들을 접하니 그런 팀에서 선수가 뛰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지만, 막상 가게 되면 경쟁력도 따져야 하고 적응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중소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가야하지만 중소리그도 절대 쉽지는 않다는 것이 박주호의 설명이다.
유럽진출을 원했던 박주호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옮기기로 한 결정을 두고는 “여름에 가는 게 더 좋긴 하다. 그 팀 동료와 운동할 기회도 없이 바로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당장 집도 알아봐야 하고 여러 측면에서 피로가 쌓인다. 한두 달을 호텔에서 지내며 붕 뜬 채로 살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신적인 면도 박주호는 강조했다. 그는 “힘들 때 버텨내고 잘할 때 이를 유지할 수 있는 멘털(Mentality)이 필요하다”며 "유럽은 심심하고 외로운 곳이라 고요한 시간을 이겨내면서 경쟁까지 해야 한다. 강한 경쟁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이에 동감한다. 일본 대부분 팀의 환경은 유럽보다 비슷하거나 더 낫다”며 “내가 국내로 돌아왔을 때 열악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아 깜짝 놀랐다. 특히 구단이 선수를 대하는 인식이 그렇다”고 짚었다.
이어 “일본은 선수뿐 아니라 매니저, 관계자들을 계속 빅리그로 보내 교류하고 협력한다”며 “K리그 팀들도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장하고 더 큰 선수가 돼서 돌아올 수도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수원 삼성에서 뛴 공격수 오현규가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으로, 국가대표 수비수 박지수는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에 합류했다. 오현규는 12일(한국시간) 셀틱에서 공식 경기 데뷔골을 터뜨리며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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