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와 직업훈련교도소가 들어선 경기 화성시 마도면에 ‘화성여자교도소’ 신설이 추진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과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에 군 공항 이전 추진과 성폭행범 박병화의 ‘깜깜이’ 입주까지 겹치며 들끓은 민심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14일 화성시와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마도면 직업훈련교도소와 외국인보호소 인근에 2026년까지 축구장 3배 크기의 여자교도소 완공을 목표로, 올 하반기까지 실시설계를 마칠 계획이다. 여성 전용 교정시설이 전국에 청주여자교도소 한 곳밖에 없어 수용 과밀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다.
대상 부지는 화성외국인보호소 서쪽 빈 땅 4만2000㎡이다. 이곳에 500여명을 수용하는 연면적 1만9000㎡ 규모의 건물이 들어서면 기존 시설을 포함해 수감 인원은 2000명을 훌쩍 넘기게 된다.
신설되는 여자교도소에는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고유정이나 ‘계곡 살인’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 같은 중범죄자들이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반경 800m 거리에는 초·중학교와 주택가, 택지개발 예정 부지 등이 자리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주민들은 마을에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기피시설’인 외국인보호소와 직업훈련교도소가 있는데, 논의도 없이 여자교도소까지 들어서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법무부가 도면 완성을 앞두고 주민 입장을 듣겠다는 건 요식행위에 그친다며 비판하고 있다. 교정시설 주변에는 ‘마도면은 혐오시설 집합소가 아니다’, ‘마도면 내 교정시설 타운화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부 지방 도시에선 여자교도소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왜 우리 마을로 오는지 모르겠다”며 “지역발전이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어 무조건 혐오시설 기피로만 봐선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전문가들도 공론화와 숙의토론 등의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법무부는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가 소유한 땅에 교정시설을 짓기로 한 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됐고 지반조사와 재해영향평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등 용역을 마쳤기 때문이다. 법무부 측은 “교정시설이 (지역에서) 선호 받지는 못하는 시설이다 보니 반대 의견을 고려해 초기에 이를 공개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주민들과 면밀하게 소통해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개진했다.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는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교도소는 공용건축물이어서 시장이 인허가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주민 설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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