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4가지 성격 중층적 결합…휴전도 기약 없어
내전→돈반스서 우크라정부군 대 반군 대립 확대
러의 선제적 예방전→나토 동진 저지위한 전면전
미·러 패권전 →유라시아 놓고 두 초강대국 결전
서구 대 비서구 국제전→민주 대 권위 가치대결
“다가오는 2월 24일이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유령이 출몰한 지 1년이 됩니다. 지구촌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인질이 되어 고통받는 지금, 종전은커녕 휴전조차 기약이 없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연 가까운 시기에 전쟁이 끝날 가능성은 없을까요? 있다면 언제쯤, 어떤 방식과 조건으로 종결될 것인가요?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도(前途) 추론과 관련된 이런 일련의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단서가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외부 행위자의 이해관계가 중층적으로 개입되어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입니다. 전쟁의 성격은 전쟁의 동학(動學)을 일정 수준 규정합니다”
러시아 전문가인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이번 전쟁이 △제한전으로서 우크라이나 내전 △전면전으로서 러시아의 선제타격 예방전 △대리전으로서 미·러의 패권전쟁 △가치전쟁으로서 서구 대 반·비서구 세력의 국제전이라는 4중(重) 구조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본적으로 네 개의 층위에서 진행되는 복합전(4-layered complicated war)의 모습을 보인다”며 “각 층위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갈등 양상의 불가측성을 심화시켰고, 전쟁의 미래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 제한전으로서 우크라이나 내전
-우크라이나 전쟁의 첫 번째 층위란 무엇인가.
“첫 번째 층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을 둘러싼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2013년 말 유로마이단(Euromaidan) 사태가 도화선이 되었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첫 총성은 2014년 2월에 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되고 권력이 친서구세력으로 넘어가자 러시아계 주민 비율이 높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군사 봉기가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과도 신정부가 친서반러(親西反露) 노선을 명확히 천명함에 따라 돈바스 지역의 두 개 주(州), 즉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가 독립을 선포하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장투쟁을 전개한 것이다.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으로 각각 국명을 정한 돈바스 반군세력과 이들을 진압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했고, 그럼으로써 제한된 국지전 형태의 내전이 시작되었다.”
-내전으로서의 특징은.
“내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서구, 특히 미국이 후견 세력이고 돈바스 반군은 러시아가 배후 지원 세력이다. 우크라이나 정규군에 견주어 병력 및 군사 장비에서 열세였던 돈바스 반군은 군수품과 병력(용병)을 러시아에서 지원받아 본거지를 사수했다. 대외적으로 크렘린은 관여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했지만, 러시아 정규군이 계급장과 소속 표식을 떼고 참전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내전 상태를 종식하려는 노력은 없었나.
“시간의 경과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분리주의 세력 간 전투가 치열해지고 희생자가 늘어나자 2014년 9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진화에 나섰다. OSCE는 즉각적인 휴전, 포로교환,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1차 민스크협정을 이끌어냈지만 협정 서명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양측이 휴전을 어기면서 합의는 수포가 되었다.
이어서 노르망디 형식 4자 정상회담(우크라이나·러시아·독일·프랑스)으로 불리는 노르망디 포맷(Normandy Format)이 구원투수로 나서서 2차 민스크협정(2015년 2월)과 슈타인마이어 중재안(Steinmeier Formula, 2019년 12월)을 채택했지만, 이 역시 상호 불신으로 전철을 되밟았다. 슈타인마이어 중재안은 당시 독일 외무장관이었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가 제안한 돈바스 문제 해법으로, 2차 민스크협정의 이행 순서를 상정한 일종의 액션플랜이다.”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가.
“2021년 1월 미국 조 바이든 정권 출범 이후 돈바스 내전은 더욱 격화되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돈바스 반군을 우크라이나 국경 밖으로 밀어내는 군사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러시아 역시 군사훈련을 핑계로 우크라이나 국경선에 병력을 증강 배치했고, 사태 추이를 보아가며 침공의 구실과 타이밍을 찾았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총공세로 돈바스 반군세력이 점차 수세에 몰리고 동시에 두 차례에 걸친 미국과의 협상도 평행선을 달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Denazification)와 비군사화(Demilitarisation)라는 명분과 특별군사작전(Special Military Operation)이라는 이름으로 마침내 침공을 결행했다. 그리하여 우크라이나 내전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한다.”
◆ 전면전으로서 러시아의 선제타격 예방전
-결국 내전적 상황은 관리 못 해 본격적인 전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두 번째 층위는 돈바스 내전의 확전으로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두 주권국가 사이의 전면전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서구 세력권으로의 편입을 의미하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의지와 이를 자국에 대한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저지하려는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욕망이 충돌한 전쟁이다.”
-두 번째 층위로서의 특징은.
“전형적인 강대국 정치의 논리로 설명하자면, 우크라이나가 대러 봉쇄의 전초기지로서 나토의 군사기지화가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차원을 넘어 러시아의 사활적 이익지대 확보를 위해 크렘린이 선제적으로 무력 공격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예방전쟁(Preemptive Strike)의 성격도 지닌다.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저지라는 명분으로 미국이 침공한 이라크전과 시리아가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핵시설을 폭격한 2007년 이스라엘의 과수원 작전(Operation Orchard)이 예방전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예방전쟁으로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2019년 2월 우크라이나는 개헌을 통해 나토 가입을 헌법에까지 명시했다. 이에 조응해 나토는 2020년 6월 우크라이나에 “강화된 기회의 동반자(EOP)” 지위를 부여해 양자 관계를 격상시켰다. 조속한 나토 가입을 목표로 양측은 공동 군사훈련도 확대했다. 2015년 우크라이나에서 나토 연합훈련을 시행한 이래 2021년 7월 흑해에서 연합훈련을 2주간 진행했고, 9월에는 미군 등 다국적군과 우크라이나군의 합동훈련을 시행했다. 서방이 사용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내 군사기지 건설도 훈련센터 설치라는 명목으로 추진했다. 흑해의 전략적 요충지 오데사에는 군용비행장이, 크림반도 인근 오차키우항(港)에는 미국 해병작전센터가 설치됐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우크라이나가 법률상(de jure) 나토 회원국은 아니지만 사실상(de facto) 나토 회원국이 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대 나토 군사협력과 회원국 가입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선택이지만, 러시아는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치명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인 것이 침공의 단초가 되었다.”
-냉정하게 볼 때 러시아로서는 국가이익을 위해 앉아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상실은 제국적 부활의 추동력 상실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표적 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지적대로 우크라이나 없이는 러시아가 제국이 될 수 없으므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제국적 야망을 억제하는 지정학적 급소다. 뒤집어 해석하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크렘린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군사·안보적 임계점(Flash Point)에 해당한다. 건드리면 반드시 찌르게 되어 있다.
크렘린의 관점에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사활적 이익 침탈과 미래 위협을 사전 제거하는 차원에서 감행되었다는 점에서 예방전으로 간주된다. 이는 푸틴이 작년 5월 9일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행사에서 발언한 연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러시아는 서방의 공세에 선제 대응을 했다. 이는 불가피하고 시의적절하며 유일하게 올바른 결정이었다”라고 강조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예방전은 강대국들이 제국주의적 야심을 채우기 위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는 군사적 폭력을 합리화하는 대외정치적 궤변과 다르지 않다.”
◆ 대리전으로서 미·러의 패권전쟁
-전쟁의 세 번째 층위는 어떤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세 번째 층위는 대리전 양상으로 표출된 미·러의 유라시아 패권전쟁이다.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의 현상 유지와 이를 조정하려는 러시아의 현상 타파 야망이 유라시아 지정학적 블랙홀인 우크라이나에서 충돌한 전쟁이다. 현재 이것이 전개되고 있는 양태는 나토의 무차별 동진 팽창에 대항해 다시 힘을 회복한 러시아가 자신의 배타적인 세력권을 수호하고 동시에 전통적인 영향권을 재탈환하기 위해 반격을 가하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반격은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로 해석할 수 있다.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접수와 동부 반군 지원, 2014년 키르기스스탄 마나스 미군기지 폐쇄, 2015년 시리아 내전 군사개입 및 아사드 정권 보호, 2018년 리비아 내전에서 반군(리비아 국민군) 지원,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가 그렇게 중요한 지역인가.
“유럽연합(EU)과 나토의 동진 확대로 새로이 구축되는 유럽의 정치지형에서 우크라이나가 어디에 속하느냐가 유럽을 넘어 유라시아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동(러시아)과 서(미국 및 EU)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지정학적 중요성, 유럽 최대의 영토 규모, 4400만 명의 인구, 방대한 지하자원과 최강의 농업생산력, 강한 근육질의 산업생산력 등 잠재적·현실적 국력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의 대외적 선택이 유라시아의 세력 판도에 커다란 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유라시아 패권 장악을 위한 미·러 간 세력 투쟁에서 최대 승부처인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전쟁이 미·러 패권전쟁이라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라시아 지배권을 둘러싼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패권전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는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한 두 차례의 미·러 협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겁박으로 우크라이나 안보 위기가 고조되었던 2021년 12월 15일, 크렘린은 자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소를 요구하는 8개 항의 협정문 초안을 백악관에 보냈다. 일종의 안보 견적서 제시를 통해 미국에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핵심은 동쪽으로의 나토 확대를 더는 용납할 수 없고 1997년 5월 이후 가입한 나토 회원국에 러시아 동의 없는 병력과 무기를 배치할 시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협박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영구 불허하는 법적 보장과 동유럽 회원국에 배치한 나토의 전략자산 철수를 요구한 것이다.”
-미국의 대응은.
“한편 워싱턴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지정학적 이익과 유라시아 패권 장악에 배치되는 크렘린의 안전보장안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러시아의 요구를 용인하는 것은, 특히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불허 확약은 유럽에서 크렘린의 지정학적 지분을 일정 수준 인정하고 더 나아가 러시아와 권력을 나눠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나토 회원국들이 유럽 안보의 등불이자 수호자로서 미국에 거는 기대와 신뢰에 흠집을 낼 수 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우려가 있다. 크렘린에 대한 양보가, 1938년 히틀러의 유럽 침공 야망에 멍석을 깔아준 뮌헨협정(Munich Agreement)처럼 러시아의 제국적 부활에 발판을 제공하는 일종의 지정학적 당의정(糖衣錠: 쓴약을 먹기 좋게 겉면에 사탕을 발라 놓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히틀러의 체코 주데텐란트 병합 사례와 마찬가지로 푸틴의 야심이 우크라이나에 멈추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 러시아와의 타협을 어렵게 만든다. 1차 대전 패전으로 힘을 상실했던 독일이 국력을 회복하면서 유럽 질서의 재편을 시도했던 것처럼, 1991년 소련 해체로 망가진 러시아가 국가 재건에 성공하면서 유라시아 지도를 다시 그리려 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푸틴의 행보가 미국 입장에서는 그만큼 사활적이라는 뜻인가.
“푸틴이 내세운 ‘위대한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이라는 대외정치적 슬로건이 그럴 가능성을 명료하게 시사한다. 그러므로 미국이 유라시아를 안정적으로 관리·통제하는 가운데 일극(一極) 우위적 패권 질서를 유지·강화하려면 어떻게든 잠재적·현실적 도전 세력인 러시아의 날개를 꺾지 않으면 안 된다. 유라시아의 세력 판도를 좌우하는 지정학적 추축(樞軸) 국가 우크라이나를 놓고 미·러가 대리전 형태로 진검승부를 펼치는 이유다.”
◆ 가치전쟁으로서 서구 대(對) 반·비서구 세력 간 국제전
-전쟁의 마지막 성격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네 번째 층위는 미국이 이끄는 서구 세계와 중·러를 중심으로 한 반(反)서구권 또는 비(非)서구권 사이에 상호 이질적인 국가 발전모델과 국제정치관의 충돌이 일으킨 가치전쟁이다. 이를테면 미국과 러시아가 각기 민주주의 국가 그룹과 권위주의 국가 그룹을 대표해 우크라이나에서 가치투쟁의 대립 전선을 형성하고 이 두 국가 그룹의 결속체인 EU·나토와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5개국)·상하이협력기구(SCO)가 글로벌 차원에서 뒷받침해주는 국제전이다. 신냉전의 외양을 보이는 이 가치전쟁은 서구 대 반·비서구 진영 간 국제질서 주도권 투쟁뿐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 및 공급망 재편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유럽에서 배척당한 푸틴의 러시아는 자신의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반영하는 ‘고유한 길’을 강조하는 가운데 비유럽적 발전모델을 선택함으로써 ‘소비에트 정체성’을 ‘비서방 정체성’으로 대체했다. EU에 대한 대항마로 2015년 러시아가 주도하여 결성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이 이를 상징적으로 반영한다.”
-미·중 대립에 서방 대 러시아 갈등이 확대되면서 서방 대 비서방 대립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서방-러시아 간 정체성 대결 구조에서 러시아의 배후에는 중국을 정점으로 한 SCO 및 브릭스 그룹이 반·비서방적 정체성의 강력한 우군으로 존재하는데, 이들은 서구적 정체성에 대한 전위(前衛) 대항자 역할을 한 크렘린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중·러 연대는 독자적인 국가 발전노선을 추구하는 비서방적 권위주의 체제라는 공통의 국제정체성에 기초하지만, 베이징과 모스크바의 결속력을 강화해준 결정적인 요인은 미국이 중·러에 가한 동시 병행적인 군사적 압박과 봉쇄정책이었다.”
-결국 양측의 대립과 갈등으로 새로운 냉전의 탄생이 우려되는 듯하다.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부상과 러시아의 부활이 추동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세계적 확산을 우려했고, 전후 워싱턴이 구축한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추구하는 권위주의적 국가 발전모델이 서방의 모델과는 이질적이며 양립 불가능하다고 보고 중·러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질서를 교란하는 최대 도전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런 인식의 토대 위에서 워싱턴은 인권, 자유, 민주주의로 요약되는 서구적 가치의 수호와 공유를 반전제정치, 반권위주의 세력 결집을 위한 이념적 도구, 즉 중·러에 대한 봉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구 세계의 중심축 미국과 중·러의 반미 연대 세력 간의 국제정체성 대결 양상, 즉 서구적 가치 대 비서구적 가치의 대립 구도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가치전쟁은 세계질서와 글로벌 공급망의 재구조화를 추동하면서 국제사회에 신냉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이유
-그렇다면 향후 전쟁의 향배는
“앞에서 언급한 바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4층 구조의 복합전 성격을 지닌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돈바스 분리주의 반군 사이의 내전(국지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한 이해 상충이 부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주권국가 사이의 전면전(예방전), 유라시아 질서 재편을 둘러싼 미·러의 패권전쟁(대리전), 서구 세계와 반·비서구 세계 사이의 가치전쟁(국제전)이 중층적으로 겹쳐져 있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 러시아, 중국, EU 등 다양한 행위자의 개입과 관여, 강대국 간 위신과 독점적 영향력 확보 경쟁, 안보딜레마, 가치의 대립, 정체성 갈등과 영토 할양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면에 숨겨진 이런 이해구조의 중층적·다층적 성격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법 찾기를 어렵게 하고 장기화를 시사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