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석유류 물가 영향 품목 꼽아
금리전망지수 19P 하락… 3년내 최대폭
기준금리 인상 종료 등 기대감 반영해
한은 “물가 안정에 중점 두고 통화정책”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두 달 연속 올라 4%대에 재진입했다. 금리 수준 전망은 기준금리 인상 종료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월(3.9%)보다 0.1%포인트 높은 4.0%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12월 3.8%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에 대한 응답 비중은 공공요금(87.7%·복수 응답), 석유류 제품(29.2%) 등의 순이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월 다시 5.2%로 높아진 데다, 공공요금 인상 예고가 이어지면서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겠다’는 예상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3으로, 전월(132) 대비 19포인트 급감했다.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하락을 전망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상회한다. 지수가 급락한 것은 한 달 사이 금리 상승 전망의 비중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한은은 “시장금리 하락 가속화 등에 따른 추가 긴축 기대 완화로 19포인트 하락했다”면서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라고 밝혔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2로 지난달(90.7)보다 0.5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표는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황 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감소, 공공요금 중심의 물가 상승폭 확대 등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14일, 전국 2500가구(응답 237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상대 현안보고 자료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로 부진이 심화했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여건 개선으로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잇단 금리 인상의 파급효과와 성장 하방 위험 등을 점검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재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올해도 계속적으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되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한 질의엔 “공공요금이 올라 물가상승률 둔화를 막는 요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경제 전체로는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기·수도·가스 요금 등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 부작용을 막아야 할 때”라고 답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