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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난방비·이자 폭탄’… 정유사·은행권은 그들만의 ‘돈잔치’ [심층기획-거세지는 ‘횡재세 도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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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2-23 06:00:00 수정 : 2023-02-23 03: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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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發 에너지난 서민은 난방비폭탄
정유사 2022년 영업익 최대 150% ‘재미’
미국發 고금리로 영끌족 등 신음할 때
5대 금융지주는 이자장사로 최대 실적

정치권선 줄줄이 ‘횡재세’ 법안 발의
민주당, 석유법 명분 법인세 개정 의지
정부 “해외 정유사와 상황 달라” 반대
전문가들 “전산업에 도입은 신중해야”

세계적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돈방석에 앉은 업계가 있다. 정유업계와 금융기관이 대표적이다. 한 곳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 상승 혜택을, 다른 한 곳은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 확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우연히’ 역대급 실적을 올린 이들 업계는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난방비 폭탄’에다 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서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횡재세는 영어로 ‘윈드폴 택스’(windfall tax)로 쓰인다. 바람에 과일이 떨어져 그 밑을 지나가는 사람이 횡재를 했다면, 그 이익을 혼자 독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야권은 횡재세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정유업계와 은행뿐 아니라 전 산업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유사·은행권 ‘돈 잔치’… 횡재세 논란

횡재세는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에너지 대란으로 고통받는 가운데 나홀로 ‘역대급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유 4사’는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 3조9989억원, GS칼텍스 3조9795억원, 에쓰오일 3조4081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898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많게는 150%가 넘었다.

 

정유사가 촉발한 횡재세 도입 주장은 은행으로 옮겨붙었다. 고금리 기조로 서민 부담이 늘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해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신한 4조6423억원, 국민 4조4133억원, 하나 3조6257억원, 우리 3조1693억원, 농협 2조2309억원 등으로 18조원을 돌파했다. 이 같은 사상 최대 실적의 대부분은 금리 인상을 통한 예대마진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다.

이자 장사로 올린 수익은 성과급 잔치로 이어졌다. 시중은행들은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에 퇴직금만 7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이 지급한 성과급은 농협 6706억원, 국민 2044억원, 신한 1877억원, 하나 1638억원, 우리 1556억원 등 1조3823억원에 달한다.

16개 중소기업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은행권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초과이익 환원”… 야권 줄줄이 법안 발의

정유업계와 은행이 돈 잔치를 벌이자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유사와 에너지 기업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이 입는 고통을 상쇄해 줬으면 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다른 나라들이 다 시행하고 있는 횡재세도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횡재세 도입은 석유사업법 제18조에 근거하고 있다. 석유사업법 18조는 석유 가격 등락으로 많은 이윤을 얻은 석유 관련 기업에 정부가 석유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이유로 부과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근거로 법인세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은행에 대한 횡재세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고금리로 인해 ‘뜻밖의 이익’이 발생한 은행에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법인세법이나 은행법 개정안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출신의 무소속 양정숙 의원도 은행의 이자 이익 중 일부를 서민·취약계층 지원 출연금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개정안은 은행의 수익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 외에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해 8월 국내 정유사와 은행에 대해 초과이득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법인세법 과세특례 규정을 이용해 초과이득에 대한 특별 법인세를 거둔다는 형태다. 대상은 상장법인 4개 정유사 및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을 제외한 16개 은행이다.

◆정부는 반대… 전문가는 “신중하게”

정부는 횡재세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횡재세 도입은 우리나라에는 적절치 않다”며 “원유의 생산, 정제를 모두 수행하는 메이저 정유사를 가진 나라와 주로 정제마진에 의존해 영업이익을 내는 우리나라 정유사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권에 대한 횡재세도 마찬가지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은행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누진적 법인세를 많이 내서 기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익의 공유라는 점에서는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한 이후 초과이익의 일정 부분을 환수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정유업계와 은행권의 이익을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횡재세를 전 산업에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유사들의 이윤은 사업 성과와 상관없이 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부분이고, 또 같은 이유로 한쪽에서는 기름값이 올라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이럴 경우에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는 횡재세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공공성, 특수성이 있는 은행의 경우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여파로 이자 장사를 해서 단기적으로 수익이 난 상황”이라며 “향후 가계 부채 등의 문제로 부실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충당금 형태로 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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