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고추도 도매價 2배가량 올라
한파에 일조량 줄어 수확량 ‘뚝’
가공품 가격 연쇄 인상 우려도
서울 마포구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A(66)씨는 최근 양념장에 사용하던 청양고추를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지난해보다 청양고추 가격이 세 배 가까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A씨는 “양념장에는 냉동 제품을 섞어 쓰고 육수에는 베트남산 고추를 섞어 쓰고 있다”며 “원래대로 넣다가는 비용이 감당 안 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광화문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B(57)씨도 기본으로 테이블 위에 구비해놓던 청양고추를 원하는 손님에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B씨는 “전기료, 가스비에다가 식자재값도 계속 오르고 있어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라며 “기본 비용을 절약할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고 했다.
고물가 여파에 신선식품 가격까지 크게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이 울상이다. 특히 청양고추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폭등하면서 청양고추를 주로 사용하는 음식점 사장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청양고추보다 가격이 저렴한 외국산이나 냉동 제품을 이용하는 등 매운맛을 내기 위한 고육지책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청양고추 10㎏ 평균 도매가격은 18만980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9만1695원보다 한 달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1년 전 6만7784원보다는 세 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소매가격도 100g당 2574원으로 1년 전(1205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풋고추 가격도 올랐다. 같은 날 풋고추 10㎏ 평균 도매가격은 15만6000원을 기록해 지난 8만3492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붉은 고추도 1년 전 7만6580원에서 13만800원으로 치솟았다.
이처럼 고추 가격이 급등한 건 날씨 영향으로 수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에는 초기 가뭄과 긴 장마로 인해 생육이 부진했고 겨울 한파가 이어져 일조량까지 줄어들었다. 전기요금·가스비 인상으로 겨울철 난방비까지 올라 고추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채소는 성장 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추 가격 상승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매운맛을 내는 제품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매운맛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에 관련 상품도 많은 편”이라며 “청양고추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이를 활용한 가공품의 가격도 이대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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