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개방형 시설’ 조치 불구
개인공간 따로없이 10여명 수용
외부인 접견 주말엔 허용 안 돼
“사실상 완화 경비시설로 봐야”
철창 제거 등 일부 긍정적 평가
미등록 외국인을 강제 출국시키는 과정에서 일시 수용하는 외국인보호소가 잇단 인권 침해 논란 끝에 일부 시설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인권 보장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형 집행이 아닌 퇴거라는 목적을 위해 마련된 공간임에도 개인 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접견의 자유 등이 제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대한변호사협회 및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공동으로 ‘대안적 외국인 보호시설의 운영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법무부가 2022년 4월 보호외국인의 자율성 및 권익 강화를 위해 운영을 시작한 ‘개방형 외국인 보호시설’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는 법무부가 2021년 보호외국인을 포승으로 묶고, ‘뒷수갑’을 연결해 묶는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 사건이 논란이 되자 내놓은 후속대책이었다. 이날 분석의 바탕이 된 실태조사는 인권위와 대한변협·유엔난민기구가 각각 지난해 개선된 외국인보호시설을 방문해 진행했다.
발제를 맡은 이상현 변호사(사단법인 두루)는 “법무부가 부르는 공식 명칭인 ‘개방형 외국인 보호시설’이라고 하기엔 갖춰지지 못한 요건이 분명히 있다”며 “시설 외부 출입이 차단된 현행 개방형 외국인보호시설은 준개방형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완화경비시설’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외부인과의 접견이 주말에는 허용되지 않고, 계호 인력 없이 보호시설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는 곳을 ‘개방형’이라 칭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시민모임 ‘마중’의 백홍석 활동가는 “외국인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들이 사실상 주말에 와서 만나야 할 때가 많은데, 주중에만 허용되는 것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소의 목적이 교정시설같이 형을 집행하는 곳이 아님에도 그러한 의식 개선은 없이 시설 개선만을 홍보한 점은 아쉽다”고 설명했다. ‘보호거실’이라 부르는 방에 10명가량 수용되어 개인 공간이 보장되지 않는 점, 야간 점호 이후 소등과 함께 철문이 여전히 폐쇄되는 점 등도 보완할 점으로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보호소 방과 복도 사이에 철창을 없애고, 휴대전화 이용실을 만들어 외부와의 소통을 보장하는 등 그동안 구금에 방점을 두었던 방식을 탈피한 데 대해서는 긍정 평가했다. 운동장이 주간에 항시 개방돼 보호외국인의 운동할 권리가 크게 개선됐으며, 마당에 직접 나가 빨래를 햇살에 말릴 수 있게 된 점 등도 위생 측면에서 큰 변화라는 진단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 3년 동안 국내 외국인보호시설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보호 기간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상 장기보호되는 외국인은 2019년 82명에서 2020년 232명, 2021년 313명까지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보호기간은 2019년 9일에서 2020년 24.7일, 2021년 32일까지 증가했다.
인권위는 이번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대안적 외국인보호시설을 인권 친화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구체적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토론에 참석한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는 “해외에서는 외국인 구금 관련해 목적의 정당성을 보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꼭 구금이라는 수단을 택해야 하는지 반성하는 논의가 많다”며 “한국에서는 이러한 비구금 원칙에 대해 맨 뒤에서 따라가는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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