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처·병무청 진상조사 나서
해당 요원들이 문제 항의하자
정신 상해 배상 요구 ‘적반하장’
당시 부서장이 사과… 개선 약속
논란 커지자 “그런 일 없었다”
국회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국회사무처와 병무청이 진상 파악에 나섰다. 담당 부서는 ‘부당한 처사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는데 정작 복무요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선 부서장이 직접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약속까지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방호담당관실 소속 복무요원들은 담당 공무원인 A팀장(주무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취지 의견을 병무청에 접수했다.
병무청 측은 전날 국회를 방문해 요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요지는 A팀장이 요원들의 퇴근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점, 요원의 문제 제기에 ‘정신적 상해’를 호소하며 피해보상을 요구하겠다고 압박한 점, 담당 부서 공무원들의 책임회피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점 등이었다.
요원들은 국회 경내에서 허가 없이 세워둔 차량에 주차위반 스티커를 발부하는 일을 한다. 업무 특성상 차량 혼잡 시간대인 점심때도 식사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야외에서 근무한다. 이 때문에 방호담당관실은 오후 6시보다 약 40분 일찍 요원들을 퇴근시키는 일종의 탄력근무제를 6년째 실시해왔다. 그런데 일부 악성 민원인이 스티커 발부에 불만을 품고 항의할 경우 A팀장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요원들의 퇴근시간을 늦췄다는 것이 복수 요원들의 주장이다. 한 요원은 “어떤 형태의 민원이든 상관없이 저희에게 보복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특히 요원들은 A팀장이 ‘부당 대우’에 항의하는 한 요원을 겨냥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정신적 상해를 입었으니 피해보상을 요구하기 위한 고소를 준비 중’이라는 취지 발언도 했다고 병무청 측에 진술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부서 책임자인 B과장(서기관)은 “점심시간을 보장해주는 대신 (요원들을) 6시에 퇴근시키자는 게 A팀장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6시 퇴근’ 지시가 떨어진 날에도 요원들한테 점심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A팀장은 ‘고소 발언’에 대해 “잘못 들은 이야기 같다. 전혀 그런 적 없다. 하늘을 걸고 맹세코 말한다”고 강력 부인했다.
논란이 예상되자 담당 공무원들은 요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었는데, 이때 태도는 사뭇 달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B과장은 요원들의 말을 종합적으로 청취한 뒤 “내가 들어봤을 땐 보복성이다. 핑계가 아니라 내가 볼 땐 보복성이다”라고 인정하며 “사죄하고 고치겠다”고 한 것으로 취재됐다.
이 밖에도 지난 1월 폭우로 물이 새면서 요원들의 사무실 천장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여전히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습기가 차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나 건강 악화가 우려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요원들은 말했다. 이에 방호담당관실은 “지금은 습기가 차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보니 반쯤 물이 찬 옷장용 제습제 14개가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병무청 관계자는 “향후 추가 현장조사를 실시할지는 검토해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국회 사무총장실은 “전날 병무청이 다녀간 이야기는 들었지만, 담당 부서로부터 아직 어떤 내용인지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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