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 대상으로 삼는 흐름에 경고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2% 수준인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3%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재테크 대상으로 삼던 과거 추세가 계속될 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7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치 상향은)확고하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목표치를 올리면)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고, 환율을 급격히 절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설정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실증분석이 있다”며 목표치 상향을 고려하려면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2%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 뒤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목표치 상승은 “여러 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이 논의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끝난 뒤 다시 낮은 인플레 수준으로 돌아갈지, 아닐지에 달려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부동산을 재테크 대상으로 삼는 기존 흐름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이 총재는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이 추세가 미래에도 계속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부동산 투자는 꼭 성공한다는 생각이 (시장에) 잡혀있다. 이자율 등을 생각할 때 젊은이들이 자기 능력에 맞게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자산을 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답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동향에 대해서는 “지난 2년 간 집값이 40% 오른 뒤 20여% 떨어지고 있는데, 이는 과도한 가격이 조정되는 국면”이라며 “집값이 너무 빨리 하락해 금융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나 관찰 중이나, 올해 1~2월을 보면 하락 속도가 완화돼 금융 연착륙 가능성이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시중은행 과점구도 개입에 대해서는 지지와 우려를 함께 표했다. 이 총재는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가격에 영향을 주는지 점검하고, 이윤 발생 시 성과급 지급보다는 금융안정을 위해 출자하도록 하는 등 (정부가) 부작용을 막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은행산업 발전이나 민간 중심으로 가는 것을 너무 저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돈 놀이’ 비판에 대해서는 구조적 문제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 변동금리기 때문에, 고금리 시기 예대마진으로 인한 이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면이 있다”며 “20∼30년짜리 부동산 대출을 고정금리로 내주려면 은행들이 위험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국채 20∼30년짜리 선물시장 등이 없어 은행의 위험 회피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바꿀 수 있도록 한은 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