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 소비도 9.6%↓…음식·숙박업 생산도 함께 감소
지난해 가을 이후 우리 국민의 소비가 5% 안팎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고용시장마저 주춤하면서 경제주체들이 ‘안 입고 안 먹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내수마저 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대표적인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지난 1월 기준 103.9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09.4와 비교하면 5.03% 하락한 수치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경상 판매액에서 물가 변동 요인을 제거한 불변금액에서 다시 계절·명절·조업일수 등 변수를 빼낸 후 산출한다. 즉 계절적 요인과 물가 상승률을 모두 뺀 경제주체들의 실질적인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부터 1월까지 지수의 하락은 가을 이후 국내 소비가 5% 감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구재(승용차·가전제품·가구 등 1년 이상 사용 가능한 고가 상품)와 준내구재(의복·신발·가방 등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저가 상품), 비내구재(음식료·화장품 등 1년 미만 사용 상품)로 나눌 때 이 기간에 소비 감소 폭이 가장 큰 품목은 준내구재였다.
준내구재 소매판매액 지수가 119.3에서 111.5로 6.5% 하락했다. 준내구재 중에서도 판매액 감소가 두드러지는 품목은 의복이다. 지난 가을을 거치면서 올해 1월까지 소매판매액 지수가 7.6% 급락했다. 일상적인 의류 소비는 그해 기상 여건의 영향을 받는 습성이 있지만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연초는 고금리나 고물가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5.5%를 기록한 이후 올해 2월도 5.8%로 5%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연말과 연초 가격 상승률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고물가에 경제주체들이 웬만하면 옷을 안 사고 버텼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같은 기간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지수는 9.6% 급락했다. 입는 것보다 먹는 것에 대한 소비를 더 많이 줄인 것이다. 특히 1월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지수는 97.2로 100을 밑돌았다. 소매판매액 지수의 기준 시점이 202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식료품을 더 안 산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음식·숙박업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4% 가까이 하락했기에 음식료품 소매판매액 감소를 코로나19 일상 회복 이후 집밥보다 외식을 늘리면서 음식료품 판매액이 줄어드는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어렵다. 집안에서 음식 조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먹는데 쓰는 비용 전체를 줄인 것이다. 해당 기간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7.8%까지 치솟았다. 외식 역시 연말 연초에 물가가 많이 오른 대표적인 품목에 속한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반영, 이르면 이달 말쯤 내수 진작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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