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사 “물가까지 같이 올라 손님 다시 늘기까지 시간 걸리지 않겠나” 전망
허리띠 더욱 졸라맨 서민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면 사우나서 새우잠" "택시 요금 핑계로 대중교통 끊기기 전에 술자리서 일어나"
“손님이 타도 미터기만 봅니다. 미터기 숫자가 올라가면 표정이 점점 달라져요”
13일 오전 9시쯤 서울역에서 만난 20년 차 택시 기사 이모(63세)씨의 말이다.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엔 택시 11대가 늘어서 있었다. 승강장엔 택시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이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고 있었다.
서울 중형 택시요금이 인상된 지 한달 넘었지만, 시민이나 택시 기사도 마냥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요금 부담을 이유로 택시 승차를 꺼리는 손님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시민들은 인상된 택시 요금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푸념에, 택시 기사들은 손님이 줄어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초 택시 대란을 해소하고자 2019년 이후 4년 만에 택시요금 인상을 시행했다. 서울의 중형택시는 지난달 1일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26.3%)으로 오르고 요금 기본거리도 2㎞에서 1.6㎞로 줄었다. 심야 기본요금 또한 시간대에 따라 1200~1400원 올랐고 시간 요금과 거리요금도 인상됐다. 대폭 상승한 셈이다.
택시 요금 인상이 전기·가스·수도 인상과 물가까지 맞물리면서 서민들은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기 시작하면서 택시보다는 대중교통 이용하겠다는 분위기까지 일고 있다.
◆ “택시 요금 ‘화들짝’”
이날 서울역에서 만난 시민들은 택시 요금 인상 뒤 택시 이용을 줄였다고 입을 모았다.
평택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택시를 이용한다는 직장인 최모(35)씨는 “오르기 전까지 택시비가 1만6000원 정도 나왔는데, 요즘은 2만 원 정도 나온다”며 “오르지 않는 것은 월급뿐이라”라면 하소연했다. 이어 최씨는 “늦은 시간까지 야근하는 날엔 귀가하는 대신 가까운 사우나서 새우잠을 잔다”고 했다.
김모(42)씨는 “애들도 있다 보니, 택시 요금 핑계로 술자리에서 일찍 일어난다”며 “한 푼이 아쉬운데, 대중교통이 끊어지기 전에 귀가한다”고 말했다.
◆ “택시 기사, 요금 인상 전·후 수입은 비슷”
이날 정오쯤 강남역 인근 택시 승강장 앞은 ‘빈 차’ 표시를 빨갛게 띄워놓은 택시들로 가득했다. 택시를 정차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 기사 이모(67)씨는 “답답하기만 하다. 수입이 늘어야 일할 맛도 나는데, 수입도 줄고 손님도 줄었다”며 “나이 좀 더 어렸어도 운전대 놓았다. 나이가 있어 오래 일하지도 못하는데 수입은 줄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요금 인상됐어도 수입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손님 잡기 경쟁만 치열해졌다는 것이다.
개인택시 2년 차인 택시 기사 안모(63)씨는 “수입이 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며 “손님도 답답, 우리도 답답하죠”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 안씨는 “그나마 날씨가 추워 택시 타죠. 날씨만 풀려보세요. 공유 자전거·킥보드 타고 다닐 거라고 손님이 대 놓고 말합니다. 손님 입장에선 맞는 말이죠. 이젠 봄도 오고 날씨도 풀렸으니 공유시킨 타는 사람 거리에 넘쳐날 겁니다”라며 혀끝을 찼다.
손님을 기다리면서 앞 유리를 닦던 택시 이모(59)씨는 “요금이 오르면 승객이 줄어들다가 다시 늘지만, 이번엔 좀 다른 것 같다”며 “물가까지 같이 올라, 예전처럼 손님이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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