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점규 운영위원 “경비원 자리 모자라고, 소장이 새로 오면 자기 사람 채우기 위해 갑질 벌이기도” 지적
경비원에 대한 관리소장의 업무지시 범위 등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
한 아파트 단지에서 70대 경비원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민 만큼이나 관리소장 등 내부 직원들의 갑질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예방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이에 고용 구조를 개편하는 등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파트 경비원 갑질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으로는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마련돼 있다. 2020년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폭행·폭언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비원 최희석씨 사망을 계기로 개정·시행됐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관리소장의 갑질까지는 막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입주민 외에 관리소장의 갑질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 고용 안정을 위한 조사 연구 및 노사 관계 지원사업 공동 사업단'이 발간한 '전국 아파트 경비 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면접조사에 참여한 경비원들은 "관리소장의 근무평가에 따라 고용 불안이 발생한다", "1년짜리보다 6개월, 3개월로 하면 다루기 싶다고 관리소장이 말한다", "3개월 단위 계약을 해서 끝나면 사직서를 받는다. 스트레스 받고 불안해서 못 있겠다고들 한다"고 털어놨다.
경비원은 간접고용 비율이 특히 높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000세대 이상 대규모 단지 아파트 경비원 가운데 용역회사 고용이 87.5%, 위탁 관리회사 고용이 10.0%인데 비해 입주자대표회의 직접 고용은 2.5%에 불과하다.
혹여나 원청 소송인 관리소장에게 불이익을 입을까 우려해 갑질 피해를 입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이에 간접고용을 둘러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비원의 고용 불안을 먼저 해소해야 갑질을 당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기에 고용 승계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이달 발표한 ‘경비 노동자 갑질 보고서'를 통해 "같은 공간(아파트)에서 같은 사람(입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용역회사가 바뀌더라도 고용 승계를 의무화하는 입법적 대안이 요구된다"며 "고용 승계를 전제해 노동자가 상시적인 고용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단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은 경비원 업무 범위를 명시하고 있는데, 관리소장이 이를 악용하는 폐해도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경비원 '대리 주차'가 금지됐지만, 일부 단지에서 경비원 이름을 '관리원'으로만 바꿔 업무를 지속하게 해 논란이 일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관리소장이 시키는 것"이라며 "소장만이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업무를 실제로 지휘하는 사람은 소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장이 새로 오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 60~70세까지 일하려고 하다 보니 경비원 자리는 모자라고, 자기 사람을 채우기 위해 갑질을 벌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에 경비원에 대한 관리소장의 업무지시 범위 등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 운영위원은 "소장은 지휘·명령의 정점에 있고, 기본적으로 관리소장 갑질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극단 선택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빚어졌다고 보면 된다. 입주민 갑질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