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개막한 연극 ‘누구와 무엇(The Who&The What·사진)’은 코미디 연극을 표방했지만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 국립정동극장이 올해 ‘창작ing’ 사업 첫 번째 작품으로 내놓은 이 작품은 2013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 에이야드 악타가 썼다.
연극 ‘누구와 무엇’은 파키스탄 출신의 독실한 무슬림으로 미국에서 자리 잡은 ‘아프잘’(정연종)이 주체적이고 개방적인 큰딸 ‘자리나’(조은원)와 겪는 인식 차이와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명문 하버드대학을 나와 작가의 길을 걷는 자리나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인간적 약점을 비롯해 이슬람교가 왜 여성에게 폐쇄적이고 억압적이게 됐는지 등을 다룬 소설을 쓰자 아프잘은 폭발한다. 아버지는 딸에게 “신성모독 하지 말고 다른 소설을 쓰라”고 압박하지만 이면엔 그 소설로 인해 딸이 위험해질 것을 염려하는 마음이 담겼다. 하지만 자리나는 “신성모독이 아니라 무함마드가 누구였는지, 여성은 왜 베일·커튼(히잡)으로 감추고 지워버려야 하는 존재가 됐고 이를 왜 지켜야만 하는지 알려주는 글”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소설 ‘누구와 무엇’을 완성한다. 이 과정에서 연극은 자리나의 입을 통해 세대, 종교, 전통, 가족애 등 동시대 이슈를 건드리면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박현지 연출은 “전통과 지금을 사랑하려는 사람들의 대립과 공존에 대해 그리고자 했다”며 “우리에겐 생소한 종교를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지만,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다. 우리와 닮아 있는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리나의 남편 ‘엘리’ 역에는 이승민, 동생 ‘마위시’ 역에는 박수빈이 출연한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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