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 등 효과적인 비강 면역 활성화 가능성 제시”
국내 연구진이 콧속 혈관과 림프관의 3차원 정밀지도를 최초로 완성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비강 내 특화된 혈관과 림프관을 활성화하면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한 효과적인 비강 면역을 확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과 홍선표 연구위원팀이 콧속 혈관·림프관의 3차원 정밀지도를 완성해 면역 반응에 특수화된 비강 내 혈관과 림프관 구조를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코는 후각을 담당하는 감각기관인 동시에 외부 공기가 폐로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으로, 외부 공기를 데우고 습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비강’(鼻腔)의 점막은 외부 병원균·이물질을 막아주는 최초 면역 장벽 기능도 수행한다.
림프관은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림프구가 함유된 림프액이 이동하는 통로로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수행하는 림프절을 서로 연결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면역세포가 림프절로 이동하고 다시 비강점막으로 돌아오는 통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비강면역 형성에는 면역세포 활성 못지않게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비강 내 복잡한 구조 때문에 미세혈관과 림프관의 공간분포, 상호 연결 등 3차원적 구조와 세포 수준의 특성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세포·조직에서 특정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에 단백질과 반응시켜 그 위치를 관찰할 수 있는 ‘면역형광염색법’을 활용했다.
이 시각화 기술로 생쥐와 인간 비강 내 미세혈관·림프관의 3차원 미세지도를 완성하고, 단일세포 유전자 분석법을 이용해 면역 반응에 대한 특성을 규명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모세혈관 외에 정맥혈이 순환하는 정맥동 혈관이 비강 내 넓은 범위에 걸쳐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일반적인 림프관의 말단은 둥근 형태인 데 반해 뾰족한 형태의 말단을 가진 비전형적인 림프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균에 대한 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특화된 것으로, 정맥동 혈관에서 면역세포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VCAM1’ 단백질이 특이적으로 발현하고 비전형적 림프관 내에는 다른 장기의 림프관보다 많은 수의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이동하는 것도 발견했다.
또한 연구팀은 실험동물 모델을 이용해 알레르기 비염, 코로나19 상황에서 비강 내 혈관 변화를 관찰한 연구팀은 비염 때문에 정맥동 혈관이 위축되고, 코로나19에 의해서는 염증이 발생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는 정맥동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다양한 병증 때문에 비강 내 생리·면역기능이 약화하는 사실도 파악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홍선표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비강 내 특화된 혈관과 림프관을 활성화하면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한 효과적인 비강 면역을 확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향후 호흡기 감염에 관한 면역반응 연구를 비강에서 인후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심혈관 연구’(Nature Cardiovascular Research)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21일 온라인 게재됐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